brunch

당신 아들의 사랑의 언어는?

자녀를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

by 여행하듯 살고

내 아이 잘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사랑하기


2000년대 초반에

"너의 사랑의 언어는 뭐야?"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랑의 언어가 한참 유행할 때였다.

"뭐래?"


그땐 사랑하면 그냥 전심으로 사랑하는 거지,

거기에 언어가 또 왜 붙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겼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이 둘을 낳고 기르다 보니,

사랑하는데… 나의 이 표현법이 맞는 건가

확신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진짜 사랑하는데... 그게 잘 전달되는지도 모르겠다.

또 완전 사랑하니까 더 감싸야할지,

아니면 혼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이들이 사춘기로 들어가면서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잘못되었든 저 아이들이 잘못되었든.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와 호르몬 때문에,

아이들도 그 시기에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스스로 컨트롤하기 힘들단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아이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며 묘한 위로를 받았다.


나나 아이들이 무언가를 잘 못해서 그런 건 아니구나..

하지만 그 안도감만으로는 현실이 나아지진 않았다.


소싯적 "뭐래"라고 넘겼던 쿨함이 다 사라진 아줌마는

사춘기 아들과 싸우다 지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이라는 미국의 상담가가

50년에 가까운 결혼생활과 40여 년의 결혼상담을 바탕으로 쓴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소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상대가 원하는 언어로
당신의 사랑을 전달하라!


스킨십,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등 5가지 중에서 유독 사랑을 느끼게 되는

사랑의 언어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누구는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선물에서 사랑을 느끼고

그와 정 반대인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아무리 좋은 선물을 사 주어도

인정하는 말에서 만큼 사랑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사랑하는 마음, 그 구슬이 넘쳐나도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로 확실히 전달해서

'구슬을 꿰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옥돔 낚아서 바로 매운탕이나 끓여 먹는 것 같은

현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내 사랑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4년 전 낯선 곳으로 이사 왔었다.

아들은 3학년, 딸은 5학년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고향을 뒤로하고 차로 19시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온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특히 딸이.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던 그때

익숙한 곳에 친구들 다 놔두고 아주 갑자기

아빠의 일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하는 걸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랴 부모 따라가야지.

그들의 운명인걸.


이사하고 몇 개월이 지나니

힘들어했던 딸보다

아들 짜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아직 사춘기도 아닐 텐데 왜 저러나...

완전 둥글둥글했던 아이인데

예상외의 아들의 반격에 나도 지쳐갔다.


아들이 짜증 내는 걸

이사 와서 전부 낯서니까 힘들어서 그러는구나

막연히 이해만 하고 있던 어느 날,

[자녀를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두둥.

머리를 한 대 띵 맞은 것처럼 책에서 답을 찾았다.

유레카!

이사 온 게 힘들어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사람은 이래서 평생 배워야 하나보다.


여지껏,

교육에 대해선 보통 정해진 답이 없다고 믿어왔다.

이렇게 꼭 해야만 한다 라는건 억지이고,

무수한 선택만 존재할 뿐이라고.

그런데 아들의 도를 넘는 짜증에는

확실한 원인이 있었다.

스킨십.

아들은 사랑의 언어는 분명 스킨십이었다.


여태껏 그걸 모르고,

아들이 나와 누나에게 와서 뒹굴고 놀자고

잡아끄는 걸 귀찮아할 때가 많았다.

"엄마 지금 바빠"

"엄마랑 누나는 그렇게 노는 거 안 좋아해,

나중에 친구들이랑 그렇게 놀아"


나는 때마다 맛난 거 잘해주고

밤엔 책도 읽어주고

선물도 자주 주고

놀이터에 가서 오래도록 기다려주니까

충분히 사랑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아들이랑 레슬링 하면서 뒹굴고 노는 건

아빠였다.

그런데 새로운 일터에 적응하느라고

너무 바빴던 아빠는 그럴 시간이 도저히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아들은 몸으로 놀면서 스킨십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싸인 것이었다.


정말 그게 원인이 맞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밤에 책을 읽으면서도 더 많이 안아주고

팔베개하게 하고

간지럽히고

그렇게 웃고 떠드는 일들이 많아지니

아들의 짜증이 확 줄어 있는 게 느껴졌다.




이제 키는 나만한 아들.

진짜 사춘기가 시작된 듯하다.

방문을 꼭 닫고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그러다 한번 나오면 '어글~' 외치면서

내 손을 잡아끈다.

우린 침대에서 뒹굴며 껴안고 장난치는걸

어글이라 부른다.

스너글에서 어쩌다 어글이 되어버렸다.

snuggle:따뜻함이나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몸을 바싹 붙여 껴안거나 파고드는 것을 의미

엄마 아빠랑 침대에서 뒹구는 걸

아직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말수도 확 줄은 아이가

방문 꼭 닫고 종일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어글!"하고

달려드는 게 적응이 안 되기도 했다.


아까 짜증 내고 들어가서

방문 콕 닫고 있다가

자기 기분 괜찮아지면 나와서

애교 떠는 게 밉상일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내 기분이 아무리 안 좋아도

아무리 바빠도

아들이 "어글~ 하고 달려오면

꼭 받아준다.

아들은 그런 거에서 사랑을 제일 많이 느끼다니까.


키친 옆으로 지나가는 아들,

내가 먼저 팔을 잡아끌고 그냥 안아주기도 한다.

볼에 수시로 뽀뽀도 해 준다.

그럼 아들도 질세라 뽀뽀와 허그 공세를 퍼붓는다.


어른 인척 했다가 뒤돌아서면

다시 금세 아이로 돌아가는 스윗한 우리 아들.

얼마 멀지 않은 훗날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면

내가 너무 아쉽겠지만...

그때까지 더 많아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어글 해주고

때가 되면

쿨하게 보내줘야겠다.


keyword
이전 07화선택을 후회 안 할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