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과 밖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Jan 26. 2023

만족한 사람



그럴 때가 있다. 못마땅함에 가늘게 돌아가는 눈매를 단속하고 누굴 마중 나갈 듯 튀어나오려는 입을 추스르며 행여 뻣뻣해질까 안면 관리에 힘써야 할 때. 유독 불편한 상황에서는 솔직해지는 감정을 못내 눌러야 할 때. 그러나 합성한 것 다 티 나는 저질의 사진같이 남들에게 용쓰는 것 다 들킨 것 모르고 혼자 상황에서 동떨어진 그 모양은 참으로 사지를 오그라들게 한다. 이렇게 ‘미션 임파서블’ 급의 감정 숨기기도 그러나 누구에게는 그저 손쉬운 에티켓이라는 건 피차 구구절절 않고 싶다. 아무튼. 

    

겉과 속을 달리하는 일련의 상황들이 그야말로 연극적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겉치레’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모든 개별적 상황이, 그게 합쳐진 한 나절들이, 하루가, 일상이, 인생이, 유치하고 옹졸하고 또 작위적이고 그러나 지극히 인간적이고. 또 좀 안쓰러운 그 연극적 상황들에 결국은 픽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어쨌든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척’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마음의 진위는 더 상관없어진다.     


툭 튀어나온 입과 흘리는 듯한 눈 뾰로통한 표정과는 달리 사실 만족한 사람이다. 불만스러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사실 나를 응원 VICTORY 하고 감싼다.  

연극 같고 코미디 같은 ‘척’하는 상황을, 그렇다면 이렇게 “봐라!” 하고 ‘반어’의 틀을 씌워 화면으로 ‘캡처’해보자니 그 소재는 실로 무궁무진이다. 


실은 남도 으레 겪는 웃기고 슬픈 내 이야기. 그걸 굳이 화면에 박아보는 감수성이 살짝 '웃프'면서

마음속 결리게 남은 행동의 과오를 짐짓 되돌아보는 ‘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안일한 생각을 해본다. 


가벼움과 유쾌함. 반어와 코미디는 어찌나 어울리는지. 아주 적절히, 잘 활용하면 센스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기르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