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못마땅함에 가늘게 돌아가는 눈매를 단속하고 누굴 마중 나갈 듯 튀어나오려는 입을 추스르며 행여 뻣뻣해질까 안면 관리에 힘써야 할 때. 유독 불편한 상황에서는 솔직해지는 감정을 못내 눌러야 할 때. 그러나 합성한 것 다 티 나는 저질의 사진같이 남들에게 용쓰는 것 다 들킨 것 모르고 혼자 상황에서 동떨어진 그 모양은 참으로 사지를 오그라들게 한다. 이렇게 ‘미션 임파서블’ 급의 감정 숨기기도 그러나 누구에게는 그저 손쉬운 에티켓이라는 건 피차 구구절절 않고 싶다. 아무튼.
겉과 속을 달리하는 일련의 상황들이 그야말로 연극적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겉치레’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모든 개별적 상황이, 그게 합쳐진 한 나절들이, 하루가, 일상이, 인생이, 유치하고 옹졸하고 또 작위적이고 그러나 지극히 인간적이고. 또 좀 안쓰러운 그 연극적 상황들에 결국은 픽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어쨌든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척’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마음의 진위는 더 상관없어진다.
연극 같고 코미디 같은 ‘척’하는 상황을, 그렇다면 이렇게 “봐라!” 하고 ‘반어’의 틀을 씌워 화면으로 ‘캡처’해보자니 그 소재는 실로 무궁무진이다.
실은 남도 으레 겪는 웃기고 슬픈 내 이야기. 그걸 굳이 화면에 박아보는 감수성이 살짝 '웃프'면서
마음속 결리게 남은 행동의 과오를 짐짓 되돌아보는 ‘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안일한 생각을 해본다.
가벼움과 유쾌함. 반어와 코미디는 어찌나 어울리는지. 아주 적절히, 잘 활용하면 센스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