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시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몸을 움츠렸다가 폈다가 이리 누웠다가 저리 누웠다가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어서 뭐라도 해야 덜 아플 것 같았다 연결음이 멈췄다 엄마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울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니가 차였나 걱정스럽고도 궁금해하는 엄마 목소리 슬퍼 죽겠는데 순간 안 아팠다 통증이 당황했다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가족과 나의 거리 365km 떨어진 거리만큼 모르는 시간도 많아졌다 엄마는 괜찮다 아무 일 없다 잘 지낸다 반찬은 있나 라는 말로 안부를 전한다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엄마, 엄마가 구두를 신었다 립스틱을 발랐다 눈썹은 안 그렸다 쉬폰 블라우스를 입은 엄마와 사진을 찍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모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었다 고모할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며 살아온 경숙이가 참 안됐다 하셨다
느그 엄마는 부엌데기다
세상에, 이렇게 모진 말이 있다고 엄마의 삶을 체험해버리고 말았다 네, 할머니 엄마한테 잘할게요 하며 웃었다 침대에 앉아 울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멈췄다 엄마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는데 꺽꺽 엄, 하고 울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울지마라 엄마는 괜찮다 반찬은 있나
엄마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잡곡밥 미역국 시금치나물 잡채 김치 파김치 멸치볶음 사과 감 귤 유자청… 자취방 냉장고 문이 자꾸 열린다 나는 엄마가 보낸 반찬을 조금도 남길 수 없다 엄마의 마음을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엄마 미역국 너무 맛있잖아! 엄마의 택배가 도착했다 엄마가 왔다
에세이를 시로 바꾸기 수업을 듣고 만들어 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