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사러 동네 책방에 들어갔다. 이거, 이거 주세요. 네, 뭐라고요? 하나도 안 들려요. 글로 써서 보여줬더니 친절하게 불러주세요, 한다.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겨 이 동네 책방엔 다시 오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고 시인의 시집도 사 오기 싫어지는 얕은 마음이 생긴다. 이 시집은 뭐라고요 하나도 안 들려요 불러주세요, 가 되는 것이다. 망쳤다. 따져야겠다. 이봐요 책방에 와서 책 있냐고 물어본 게 그렇게…
성진 씨 이제 퇴근해야죠. 오늘따라 아빠가 좀 늦었네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책방 주인의 알림에 토시를 벗고 어깨세모근 쪽에 에코백을 대충 걸치고 나가는 성진 씨의 가방에 사랑받는장애인복지관이라는 글자가 헤드라인 볼드체로 박혀 있었다. 미안해요 성진 씨.
버스를 탔다. 한 남자가 내 옆에 탔다. 이 버스 여기 가요? 네 맞아요. 등받이에 기대 잠을 자는데 옆에서 자꾸만 뒤척인다. 흠 흠 하고 몸을 한 번 크게 뒤척였더니 이 버스 여기 가요? 여기 가까워요. 여기 안 멀어요 한다. 여기 가는 거 맞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다섯 시간을 달리고서야 혹시 어디 가세요. 글씨로 써 줄 수 있어요? 차표 뒷장에 쓴 글씨… 아! 얼른 이리 와요. 다행히 막차가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택시 아저씨 빨리 고속터미널로 가주세요. 이 사람 꼭 마지막 버스 타야 돼요. 저 돈 있어요, 여기 이만큼 있어요. 아니 그 돈을 다 쓸 순 없어요. 표 살 때 이 종이 꼭 보여주세요. 저도 막차라 같이는 못가요. 미안해요 흐엉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