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쓰당

생일

by 좋으니



생일



생일마다 울었던 시절이 있다

운 건 고작 세 번이 전부인데 생일마다 울었다고 생각했다

어떤 해엔 아무도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좋아해서 시킨 라면을 앞에 두고 생일인데 라면 먹어?

식판을 들고 나가던 친구 말은 도시락 반찬의 뒤섞인 냄새 같았다


생일은 언제나 고민이 많아지는 날

축하한다는 말 사이에서 서운하고 외로워지는 날

태어난 것이 축하받을 일인지는 죽은 후에나 알 수 있는 것

신이 나를 만들고 태어나게 하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으며 죽음 이후 까지 태어나기 전부터 계획해 두었다면

만약 내 영원한 시작이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음부로 태초에 결정되었다면 태어나지 않은 것이 나았을 텐데


죽음이 꼭 어린아이 같다고 말하면

차라리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내 것도 네 것도 말게 하자던 여자가 생각난다

미워져도 보호할 수밖에 없는 것과

어떤 이의 유일한 소망이기에 그만 포기하려다가도 그럴 수 없는 것과

그래서 언제나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죽음은 마치 어린아이 같다고 밖에

잠들기 전까지 시끄러웠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죽음 안은 이런 것일까 이대로 영원히 살아있을 것 같은 억울함과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두려움이

이불 구석구석에 뒤섞인 어린아이의 땀과 침 냄새 같았다

죽음을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매일 죽음을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생일마다 죽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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