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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Dec 15. 2021

동생의 슬픔을 보았다.

엄마, 아빠, 키워줘서 고마워요!

내 동생은 지적장애 2급으로 쌍둥이 자매다. 기쁘고, 짜증 나고, 싫은 감정은 눈에 분명히 보이지만 슬픔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동생이 과연 슬프다는 감정을 알까?


누군가 내게 물었다.

“만약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네 동생은 어떨 것 같아? 슬퍼할 것 같아?”라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언니야, 엄마는? 아빠는?…”하고 계속 물어볼 것 같다고 대답했다.

동생이 같은 질문을 계속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언니야, 서울 가나?”

“언니야, 서울 언제 가는데?”

“언니야, 서울 가재”


내가 집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받는 질문이다. 똑같은 질문을 똑같지 않게 하는 것이 참 똑똑하다. 몇번을 대답해도 계속 물어본다. 부모님의 죽음에도 그럴 것 같았다.


처음 몇 번은 다정하게 대답해 주는데 하루, 이틀 반복해서 물어보면 사실 꽤 귀찮다. 아이가 한창 말을 트고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낼 때처럼. 그래서 건성으로 듣고 대답해주는 경우도 많다. 동생의 반복적인 질문들을 떠올리다 미처 몰랐던 동생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동생은 대개 여행을 앞두고 설렐 때나, 누군가와 헤어져야 할 때 그렇게 질문을 쏟아냈다.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던 질문은 언니와 헤어지기 싫어서였다.


얼마 전 동생이 속한 땡큐락밴드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다. 땡큐락밴드는 우리 동생처럼 지적 장애가 있는 분들로만 구성된 장애인 밴드이다. 쿵짝 쿵짝 신나는 뽕짝 리듬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멤버들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마치 천국을 소유한 사람들 같았다.


멤버들이 연주하고 있는 곡은 ‘효도합시다’라는 곡인데 아니 대체 이렇게 신나는 리듬에 어쩌자고 저렇게 슬픈 가사를 갖다 붙인 것인지. 춤을 춰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이 희한한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이렇다.


여러분 여러분 효도합시다. 가끔은 아이러브유 사랑한다 말합시다.

나 하나 보면서 살아온 당신, 늦기 전에 효도합시다.

계절이 지나면 돌아오지만, 당신의 세월은 멀어져가네.

당신과 매일이 이별하는 날, 이제라도 잘해야지 다짐합니다.

여러분 여러분 효도합시다. 그동안 고맙다 감사하다 말합시다.

자신보다 날 먼저 지켜준 당신, 미안해요 사랑합니다.






가사의 뜻은 알고 부르는 걸까? 뜻도 모르고 해맑게 부르는 동생과 엄마의 지난 세월이 겹쳐 보이면서 아침부터 눈이 팅팅 붓도록 울었다. 울리려고 작정을 한 건지 영상 끝부분엔 멤버들 한 명씩 부모님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 하는 말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 키워줘서 고마워요, 땡큐!”였다.


“키워줘서 고마워요”


혹시라도 내 자식이 실수할까 봐,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 봐 늘 눈치 보며 살아왔을 그들과 그들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늘 주의시키고 다그치면서 자신보다 더 아팠을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서 그런 걸까. 내 동생은 “엄마, 아빠”라고 부르자마자 너무 울어서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뭐가 그리 사무치고, 뭐가 그리 슬펐을까.


동생은 슬픔을 잘 모를 거라 생각했다. 나야말로 동생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처음으로 동생을 안아주고 서울로 돌아오던 날, 나를 안기도 전에 눈물을 참던 동생을 보고도 겨우 이제야 알았다. 물이 가득 담긴 물병처럼 몸 안에 눈물이 가득 찬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누우면 자꾸만 눈물이 투두둑 떨어진다.


동생의 슬픔을 이제야 보았다.





사랑스럽다. 자랑스럽다. THANK YOU 樂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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