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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Jun 24. 2022

춤추세요!

내가 사랑한 운동

사진 출처_https://kr.freepik.com/photos/school(freepik - kr.freepik.com가 제작함)



옛날 일이지만 나는 항상 말랐었다. 밤에 라면? 새벽 야식? 뭐 OK! 괜찮았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쪘었다.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10년 전부터는 하루하루가 다이어트다. 

어느 날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깔끔 떠는 성격에 땀 흘리는 걸 싫어해서 운동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먹는 건 그대론데 살이 붙기 시작했다.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제 운동 좀 해!”라고 소리치듯 몸에서 안 좋은 증상이 하나씩 나타났다. 살이 쪘고,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만성 어깨 통증, 목 통증, 그러다 두통까지. 하루하루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다. 오후만 되면 몸살 온 것처럼 아팠다. 그런데도 운동을 시작할 땐 살 빼야지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헬스도 싫고, 요가도 싫고, 필라테스도 싫고. 뭘 하지?.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탄츠플레이(TANZ PLAY)를 알게 됐다. 탄츠플레이는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요가가 합쳐진 운동으로 TANZ(무용)와 PLAY(놀이)를 결합한 것이다. 강사진 모두 현대무용과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였다. 무용수가 몸을 푸는 동작부터 현대무용의 기초 동작을 배우며 무용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탄츠플레이였다. 


첫 수업을 들어갔을 때 젤 뒷줄에서 꼼지락거렸다. 헐렁한 옷을 입고 쭈뼛대며 동작을 따라 했다. ‘아, 이거 나랑 안 맞는데… 환불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36회 권을 어떻게 다 쓰나 눈앞이 캄캄했다. 만약 쿠폰제가 아니었다면 한 달 하고 분명 그만뒀을 거다. 돈이 아까워서 일주일에 3회씩 꼬박꼬박 꾸역꾸역 다녔다. 


쿠폰에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쯤 몸을 가리는 헐렁한 옷에서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 제일 뒷줄에서 한 줄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앞줄, 선생님 옆, 거울 앞까지. 내 몸을 똑바로 볼 용기가 생겼다. 그 사이 어깨 통증, 목 통증, 두통도 완전히 사라졌다. 배에 힘주고, 어깨는 내리고, 허리는 무너지지 않게. 앉을 때도 걸을 때도 바른 자세를 위한 의식을 하게 됐다. 


탄츠바, 오브제 소프트, 발레, 탄츠베이직, 탄츠무브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수업은 탄츠바와 탄츠베이직이었다.(몇 년 전 이전하면서 프로그램명이 바뀌었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 그래도 몇 년 배웠다고 최근 듣기 시작한 발레핏 수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고.)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활약 중인 정혜인 배우는 수업마다 만났다. 함께 춤추다 긴 기럭지의 오윤아 배우 뒷발에 귀를 맞은 적도 있고, 엄지원, 조여정 배우 옆에 앉아 다음 수업을 기다리기도 했다. 대기실에서 박신혜 배우, 가수 가희 씨도 만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배우 송선미 씨가 수줍게 웃기도 했다. 


음악에 맞춰 시퀀스를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무용수가 된 것 같았다. 다리는 무겁고 코어 힘은 여전히 약했지만 몸이 점점 유연해졌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상체를 숙이는 스트레칭 동작에선 등이 동그랗게 말렸었다. 허벅지와 상체 사이에 탱탱볼 하나는 들어갈 만큼 몸이 뻣뻣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동그랗게 말린 상체가 점점 납작해지더니 허벅지와 상체가 완전히 붙었다. 이때 희열이란. 다리도 점점 많이 찢어지고(완전히 찢어지진 않더라.) 1분 이상 플랭크도 가능한 몸이 되었다. 춤추고 땀 흘리는 것이 행복했다.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춤 추고 싶었다. 마른 몸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운동하다 이게 다 무슨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일상이 의미가 되던 시간이었다.


“운동이라니요, 춤이에요. 여러분 춤추세요!”라던 말처럼. 춤이었다. 내가 사랑한 춤.


뒷산만 걷다가 한 달 전 다시 운동을 등록했다. 걷기만으론 근육량이 늘지 않아서다. 필라테스, 요가, 발레핏, 번지핏, 플라잉요가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탄츠플레이만 한 곳이 없었다. 다시 가고 싶었지만 집에서 멀어지는 바람에…. 

그래도 한 달 꾸준히 했더니 근육량이 조금 늘었다. 어젯밤,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발레핏을 하고 왔다. 배가 무지 당기지만 아플수록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서 좋다. 기분이.     



 


동문수학하는 브런치 작가님(춤추는 헤르만헤세)중에 1대 빌리이신 발레리노분이 계셔서 오늘 글이 조금 민망하지만 귀엽게(?) 읽어 주시겠지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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