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성소수자예요?"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의 변명 그리고 반성문

by 김지혜


"그래서 성소수자예요?"

예상치 못한 무례한 질문에 울컥, 불쾌감이 올라 왔다.

"지금 되게 무례한 질문하신 거 아세요?"라고 정색을 하니, 경찰은 죄송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 경찰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오늘 아침, 성소수자 단체 등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한 10대 요구안 발표하고 대선 주자들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만날 사람이 있어, 기자회견을 보며 그 앞에 서 있었다. 웬 경찰이 말을 걸어왔다. 성소수자가 뭐냐고 물었다. 꽤 알고 있다고 착각했는데, 막상 질문를 받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주저하다가 이성애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성적 지향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다양하다고 말해주니 그제서야 알겠다는 반응. 그러더니 대뜸 성소수자냐고 물었다.


무례하다고 다그치고 얼굴을 붉혔다. 이내 찝찝한 기분이 따라왔다. 나는 왜 찝찝한 걸까.

질문을 제기한 그 경찰의 불순한 의도가 가장 큰 이유였다. 내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본인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기자회견장에 있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그게 대관절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과연 그뿐이었을까. 그 질문을 받은 순간 나는 "내가?"라고 생각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기억한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차별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글은 성적 다수자로 살아온 내 변명이자 반성문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차별은 존재한다. 나는 분명 구별하고 차별하며, 등급을 매기는 주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척 두렵다. 반성문이랍시고 쓰는 이 글이 오만함의 발로일까봐.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그렇지만 부탁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쓰는 것 외에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 제발 가르쳐 주세요. 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 문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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