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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pr 10. 2017

누군가에겐 생명이 달린 한 줄

독서담 - 대선 후보에게 묻고 싶다

「숨결이 바람될 때」, 꽤 오래 전부터 내 독서리스트에 담겨 있던 책. 독서모임에 나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있는 분을 만났다.


암에 걸린 한 젊은 의사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그녀는 오랜 지기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았다고 했다. 평소 책선물 주고/ 받기를 즐겨하는 나는 문득 궁금했다. 그 친구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했을까.


녀의 친구는 수련 중인 의사. 조금 있으면 저자와 같은 직업을 갖게 될 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가 저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친구의 이야기를 살짜쿵 풀어 놓았다.


그 친구는 의대에 다닐 때 대학병원 서브인턴으로 자원 봉사를 자주 다녔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보고 난 뒤 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내가 본 책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 사명감이 생겼다."


산부인과 서브인턴을 다녀온 뒤에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내가 일하는 수술실이,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곳이라 기뻤다. 아이가 나오면 혼자 속으로 축하해라고 말해줬다."


저자와 그 친구가 닮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저 책을 읽고 싶은 내 마음을 더 간절하게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내 페북 탐라는 온통 정치, 대선 얘기 투성이다. 나는 그 속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의사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생각의 범위를 조금 많이 넓혀, 전문가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묻는다. 정치인은, 대통령은 어찌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되겠다. 내가 대통령이 돼야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왜 정치인지, 왜 국회의원, 지자치단체장이 아니라 대통령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대통령이란 직의 의미와 윤리는 무엇인지 나는 무지하여 아직 알지 못한다.  상투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은 그 속에서, 나는 그들이 어찌하여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5년간 점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책 한 줄에서 생명의 귀함을 발견할 줄 아는 의사가 나와 함께 이 땅에 살고 있다. 그 의사는 한 구절에서 자기 직업의 윤리, 의미를 찾는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어떠한가? 5년,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통령 후보, 당신들의 직업 윤리는 무엇인가?나는 지금,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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