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인종 차별 사건을 보며

나는, 아닐 수 있을까

by 김지혜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북한 이탈 그리고 다문화 가정 청소년 십여 명을 멘토링 비슷하게 가르친 적이 있다. 매주 한 번씩 전화해 학습 상태를 체크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게 당시 나의 주업무였다.


아이들은 천차만별이었다. 말이 많은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 목소리에서 그늘이 느껴지는 아이, 호들갑스럽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해맑은 아이...제각각이었다. 모든 것이 달랐지만, 유명 자사고를 다닐만큼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정규수업을 한참이나 따라가지 못했다. 당연히 공부 얘기는 기피하는 대화 주제가 됐다.

대화거리를 찾다 학교를 졸업하면 뭘하고 싶은지,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지 물었다. 대부분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나는 어떤 말을 돌려줘야할 지 몰랐다. 그래서 허둥지둥 텔레비전이나 연예인 등으로 화제를 돌리기 일쑤였다.


나도 참 어이없는 인간인게, 그렇게 당황스러우면서도 모든 아이들에게 한 번 씩 같은 질문을 했다. 그렇게 몇몇에게서 희망 직업을 들을 수 있었다.

벌써 7~8년 전의 일. 어떤 답을 먼저 들었는지 순서는 기억나질 않는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건 모른다는 답을 들었을 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어찌해야할 지 몰랐던 내 감정뿐이다.


늘 해맑았던 아이가 천진난만한 말투로 대통령이 될 거라고 말했을 때, 공부를 꽤 잘했던 아이가 의대에 갈거라고 말했을 때, 내 말문은 막혔다.


네일아트 등 미용 관련 일이 하고 싶다는, 이유를 묻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어요"라고 씁쓸하게 답했던 그 아이에게 품었던 동정심보다 더 싸구려 감정들이 분출되고 있었다.

(* 미용 관련 직업을 비하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첨언합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북한 이탈주민이라 외모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가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북한 사투리 억양이 또렷했다. 또다른 누군가는 어머니가 동남아시아 출신이라 혼혈의 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의사가, 검사 혹은 판사,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다면...나는 과연 그들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을까? 방송국 속어로 '마가 떴'다. 나는 곧바로 "네"라고 답할 수 없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문제를 보며 그날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억지로 끌어내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적극적인 가담자는 되지 않을 거라고 선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행동은 부당하다고 제일 먼저 문제제기하는 퍼스트 펭귄이 곧 나일 거라고 자신하기는 머뭇거려진다.

나는, 아닐 수 있을까. 나는 저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말할 수 있을까. 저녁식사 테이블에 동남아 음식, 팟타이를 올려 두고 시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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