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미팅 마치고, 회의 내용 정리하다가 옆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의 대화를 돌비 5.0 스테레오 사운드로 (엿)듣게 됐다. 직장 선배가 후배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는양 했다. 내 일 하느라 맥락을 놓친 부분들이 꽤 있었지만, 몇몇 말들이 귀에 와서 박혔다.
후배는 거래처에서 남자와 여자를 대하는 게 다르다고 했다. 선배는 남자는 여자와 달리 '감정적인 그런 게 없다'고 했다.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 스테레오 타입과 편견으로 점철된 대화는 계속됐다.
그들의 말을 곱씹었다. 먼저 남자의 질문. 여자가 많은 업계에서 남자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여자 선배의 답. 여자 많은 업계에서 남자인 건 강점이다. 임신도 하지 않고,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 야근도 잘 할 수 있다. 이어지는 남자의 인정.
그렇게 1시간 반 가량이 흘렀다. 자학에 가까웠던 여자의 조언에 남자의 기분은 풀려 있었다. 다음 일정이 있었던 나는 그들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해가 지지 않은 바깥은 여전히 밝았지만, 그 환한 볕 아래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말대로, 요즘 애들이 예전 같지 않은 탓이겠지.
(대화 중간에 나이가 나왔는데, 남자는 나보다 2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