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 그래 너말야
동생이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신경질이 났어.
당장 끊으라고 새된 소리로 내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았지.
특별히 시끄러웠던 것도, 바빴던 것도 아니야.
아마 질투였을 거야.
아니, 그건 분명 질투였어.
더이상 나에게 그렇게 오래도록 아무말을 주고받으며 통화할 사람이 없다는 걸 실감했거든.
10초 간격으로 꺄르르거리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게 갑자기 실감이 나버렸거든.
지루한 주말이 이어지거나, 명절의 끝 무렵이면
우리는 서로의 일정을 물을 필요도 없었잖아.
머리도 안 감고, 대충 눈썹만 그리고
아무 옷이나 주워입고 나와서 몇 시간이고 마주 앉아 있던, 그렇게 만나서 아무말 않고 그냥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가버리곤 했어.
퇴근 길에도 괜히 전화를 했지.
굳이 속 얘기 안 해도, 그냥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 풀리곤 했는데...
너랑 통화가 안 끝나서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서성이던 집근처 언덕길. 지금도 그 곳을 지날 때에 제일 울컥해.
그곳에 서면 네가 없다는 게 너무 실감이 나거든.
지현아,
네가 없으니까 같이 노래방 갈 사람도 없어.
노래도 못하고, 신곡도 모르면서
우린 뜬금없이 노래방 가고 싶단 말을 잘했잖아.
소주 한 잔이면 딸기만큼 새빨개지면서도
술 먹고싶단 얘긴, 꼭 네가 먼저 꺼냈지.
월경할 때만 되면 고기타령을 하던 것도 그리워.
구운 돼지고기를 먹으면 나는 종종 배탈이 나곤 했잖아.
그래서 치킨이나 감자탕을 먹자고 했는데..
그럴 때면 네가 그랬지.
"물에 빠진 고기는 고기가 아니야."
네가 없어서 그런가. 나 구운고기 끊기가 너무 수월하더라.
지현아, 근데 무엇보다...
10년 지기, 20년 지기 친구를 언제 다시 만들 수 있을 지, 아니 앞으로 평생 만날 수는 있을지 무서워.
우리 같이 유럽 여행 가기로 했던 서른 다섯이 벌써 내년이야.
나보다 12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벌써 7년지기가 생겼다는데
나는 언제 또 그만큼의 시간을 쌓을까.
너같은 친구를 또 만날 수 있기는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