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앞에 서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났어.
결혼을 약속한 짝지를 잃는 건 어떤 걸까.
그 짝지의 투병을 모두 지켜본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15년 지기를 잃은 것과는 전혀 다른,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있겠다는 걸
무려 널 보내고 2년 뒤에야 생각하게 됐어.
내 꿈에 거의 나타난 적 없는 네가,
오늘 문득 찾아와서 그렇게도 환하게 웃어준 건
그 때문이었을 거야.
네가 그렇게 온 얼굴 가득 웃는 걸 본 게
너무 오랜만이었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아팠던 걸까.
갑작스런 통증에 잠에서 깨고 보니
눈물이 멈추지를 않더라.
미안해, 지현아.
나한테 누군가 책임을 물을 사람이 필요했나봐.
너를 끝까지, 나보다 한참 더 잘 챙겨준 그였는데, 네가 사랑했던 그 사람을 내가 너무 미워했어.
이젠 미워하지 않을게.
너의 사람들을, 너의 것들을, 그리고 너를 내 잣대로 판단하지 않을게.
너를, 있는 그대로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