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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 부족한 안녕에 대하여

라오스 댐 건설 사고에 부쳐

by 김지혜

라오스에서 SK건설이 짓던 댐이 붕괴됐다. 최소 수십이 죽었고 수백이 실종되고, 수천이 집을 잃었다.


같은 계열사인 SKT가 내게 문자를 보내 알렸다. '현지 안전 확인 등 원활한 소통 지원을 위해 국제전화 무료 통화를 제공' 한단다.


SKT의 이번 조치로 도움을 받은 이들이 분명 있을 거다. 필요할 때마다 국제전화비 걱정 없이 상대와 연락할 수 있을 테니까. 이들에게 무어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따져보니 나도 수혜자다.)


물론 카톡이나 페북 등을 통해서도 통화를 할 수 있다. 근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동남아 지역은 특히 시골로 내려갈 수록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다. 3G도 2G도 아닌, G 혹은 그보다 못한 E가 뜨는 곳이 부지기수다. 2G만 돼도 텍스트 하나 보내는데 함흥차사다. 보이스톡?페이스톡? 엄두도 못낸다. 더구나 수해까지 입은 지역이니, 인터넷 통신 상태는 평소보다도 더 나쁠 거라고 짐작된다.

그러니 봉사단이나 현지에 파견된 회사 직원들의 가족, 지인들은 얼마나 걱정이 클까 싶은 거다. 그런 분들에게 SKT의 이번 조치는 작지만 어쨌거나 도움은 될 거다.


근데 그 외에는?국제전화가 공짜라는 소식에도 나는 오히려 빈정이 상해버렸다. SKT 문자 어디에서도 라오스인들에 대한 애도와 사과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지 안전 여부 확인? 과연 누구의 안전인가. 현지 피해가 빠른 시일내에 복구되기를 기원한다? 죽음과 상실, 생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 고통이 과연 회복 가능한 것인가.


나는 SKT의 문자 어디에서도 라오스인들에 대한 애도, 걱정, 미안한 마음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 라오스 남부에 문제의 댐이 지어진다고 했을 때, 수많은 국제단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댐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에 비할 수는 없지만 묻고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국제전화 통화료 무료인가. 지원을, 도움을 주고 싶다면 우리가 아닌 피해를 입은 그들을 향해 팔을 벌리시라.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잘못을 인정하고, 최대한 책임을 지시라. 지금 SK 당신들이 할 일이 라오스 저 땅 위에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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