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독립할 수 있을까?
3n살. 집을 나왔다. 이번이 벌써 3번째 독립.
첫 독립은 20대 초반이었다.
아직 대학생이었던 때, 호주에서 10개월을 살았다.
어렸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렇다. 독립이라기보다는 외유나 가출, 현실도피였다..
두 번째 독립은 30대 초반이었다.
캄보디아로 도망치듯 떠났다(이번에도 역시 현실도피).
그곳에서 적어도 2년은 지내볼 계획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게 되더라도 잠깐 다시 공부를 하고, 어디든 한국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독립 욕구는 간절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2년은커녕 고작 반년 만에 나는 부모님이 제공하는 따뜻하고 안전한 집으로 회귀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나의 세 번째 독립생활이 시작되었다.
한국땅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건 이번이 처음.
외국에 체류했던 1년여를 제외하고,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도 처음이다.
그런데도 나를 이곳에 떨궈주던 날, 엄마는 말했다.
"왠지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내 예감도 같았다.
언제나 그랬든 서울이, 내가 속했던 곳이 싫었다(현실도피3)
심지어 지긋지긋해져 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세 번째 독립생활은
벌써 10개월을 채워가고 있다.
호주에서 동거인과 꽤 오래 함께 지냈기 때문에
'진짜' 혼자 산 기간으로 따지면 인생 최장 기록!
나이 탓인지, 비교적 안정된(?) 직업 탓인지, 아니면 지난 실패들을 통해 얻은 교훈 덕인지
아직은 부모님의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나의 이번 독립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엄마의 말처럼 이번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나는 독립 일기 겸 서울내기의 지역 소도시 정착기를 써나가려 한다.
혹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실패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
하지만 1인분의 삶을 더 잘 영위해가기 위한, 나를 위한 글들을 쓰게 되면 좋겠다.
혼자 거실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려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새벽 1시 40분.
일단 독립만세부터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