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박마차 Jul 20. 2021

013 배려는 권리가 되었다.

땅따먹기-놀이로 배우는 공간적 추론

13. 땅따먹기-놀이로 배우는 공간적 추론

 7월의 장마와 폭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상상나라 연간회원에 가입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두 시간 정도 놀다 나와 대공원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고 아이들의 방학도 여유롭게 지나간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상상나라 입장료>

36개월 이상 어린이, 성인 - 4,000원 VS 4인 가족 연간회원권 - 5만원


 우리 가족은 한가한 평일날 주로 엄마, 아들, 딸 이렇게 3명이 상상나라에 간다. 그래도 아빠를 빼고 연간회원권을 끊으면 서운할 테니 아빠까지 포함해서 4인 가족 연간회원권을 끊었다. 세명이 상상나라에 한번 가는 금액이 4,000원 * 3 =12,000원이다. 대략 일 년에 4번 이상 가는 거라면 연간회원권을 끊는 것이 좋다. 우리집은 이미 4번을 넘게 상상나라에 다녀왔다. 이미 본전은 뽑았다. 우리집에서 어린이대공원 서문까지 150m, 약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우리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시원한 상상나라로 피신을 간다.

 상상나라에서는 과학, 문화, 신체, 공간 등을 놀이를 통해 탐구할 수 있다. 누군가는 한번 다녀오면 충분한 곳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관람은 아이들이 놀이 몰입을 경험하지 못하고 탐색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만져보며 놀기 위해 탐색을 했을 뿐인데 가야할 시간이 되었고 더 이상 그 공간을 찾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엔 탐색은 있지만 몰입은 없다. 동일한 장소를 계속 방문할 때 탐색을 끝낸 아이들의 진짜 놀이가 시작된다.




 오늘 아이들이 선택한 놀이는 사방치기이다. 상상나라 2층 구석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사방치기를 찾아내더니 엄마를 부른다.


<사기하 법>

1단~8단까지 순서에 따라 말을 던지고 말을 던진 곳을 제외한 칸의 숫자 모두를 밟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던진 말을 주어 온다. 8단까지 먼저 성공한 사람이 승리한다.(유아용)


 유아와 놀이할 때는 규칙을 단순하고 짧게 변화시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익숙해 질 때쯤 규칙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놀이를 이어나가면 된다.


자세한 사방치기 놀이법: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2029&cid=58721&categoryId=58725


 곽향림(1999)은 사방치기가 숫자 세기, 비교, 지각 변별력, 수 개념, 공간적․논리적․수학적 개념, 지각-운동적 협응력을 발달시킨다고 보았다. 유아가 말을 원하는 지점에 어떻게 던지고 또 어떻게 숫자를 따라가야만 할지를 알아내야 하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공간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판 그림 안에 숫자를 직접 쓰고 읽으며, 수의 순서에 따라 말을 던지고 직접 그 위를 돌아와야 하므로 숫자에 대한 인식 및 수 개념, 논리 수학적 개념, 공간능력 및 지각-운동적 협응력이 발달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는 수와 방향에 대한 사고와 추론을 할 수 있는 좋은 놀이이다(Lee & Lee, 1989). <김은정, 2007>


 그런데 오늘 아이들의 사방치기 방법이 조금 이상하다. 반대쪽에서 던지기 시작하더니 말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가져다 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숫자를 거꾸로 시작한 것은 그럴 수 있다. 1-8까지 하나 8-1까지 하나 놀이 규칙은 쌍방의 합의가 있다면 계속 바뀌면서 재미를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둘째가 말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어기며 말을 가져다 놓기 위해 애쓰고 있고 오빠는 그런 동생이 제지하고 있었다.


 둘째는 우리집 깍두기로 놀이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주변적 접근을 허용하며 배려해 받아 왔다. 첫째에게는 약하고 어린 동생이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둘째는 배려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자신의 승리를 위한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리고 약하다고 다 해줄 수는 없다. 상대방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조차 없다면 도움은 고려해 봐야 한다.


 배려는 아이에게 권리가 되었고 반칙을 용인하는 수단이 되어있었다.


 약하지만 스스로 하려고 노력할 때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도움이고 배려이다. 발전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100을 받으려고 계속해서 0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의 배려는 무의미하다. 배려는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간극을 채워주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배려를 악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계속해서 배려를 한다면 그것은 두 아이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다. 첫째도 누군가를 돕고 배려한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해야하는 결정임을 알려주어야한다.


  놀이는 자유롭지만 인성을 위한 가르침은 분명해야 한다. 둘째가 이기기위해 머리를 쓴다는 것은 사방치기에 대한 놀이 규칙을 분명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오늘 둘째의 깍두기 자격을 박탈한다.


이전 03화 011 배려! 놀이를 통해 배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