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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Mar 19. 2021

011 배려! 놀이를 통해 배우다.

변화무쌍 구슬 놀이!

 오늘은 구슬 대결이다!  

구슬치기를 할 때는 대부분 아차산으로 간다. 아차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좌우를 보면 흙으로 된 공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들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구슬 놀이는 '구슬 넣기'다. 흙을 파서 구멍을 만들고 일정한 거리에서 구슬을 굴려 구멍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에 구슬을 넣은 사람이 주변에 들어가지 않은 모든 구슬을 가져오면 된다.


 구슬 넣기는 규칙이 쉽고 단순해서 아이들이 금세 집중하는 놀이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요즘엔 길은 시멘트, 놀이터는 우레탄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할 수 없는 놀이다. 변화무쌍한 흙이 주변에 있느냐 굳어진 시멘트가 있느냐는 아이들 놀이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래도 우리는 더 자주 구슬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우리집만의 실내 구슬놀이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실내 구슬놀이를 위한 준비!


1. 종이를 도넛 모양으로 잘라 바닥에 붙인다.

2. 실력에 따라 종이나 테이프를 겹겹이 붙여 높이를 조절한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높이를 종이나 테이프로 조절하는 것이다. 두께가 두꺼우면 그만큼 구슬이 원안에 안착하기가 쉬워진다. 얇은 테이프 한 두 겹의 미세한 차이가 놀이의 난이도를 좌우한다. 아이의 실력에 따라 높이를 조절하면 된다.


 실내에서의 놀이 방법도 실외와 동일하다. 구슬을 원 안으로 굴린다. 그리고 넣는다. 굴리고 넣는다 외의 원의 크기, 두께, 거리 등 모든 규칙은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중에 만들어 가면 된다.

 

 구슬놀이가 진행되고 나서 규칙은 수없이 바뀌었고 이제는 서로에게 더 이상의 불만이 없는 정도까지 아이와 의견 조율을 마쳤다.


 자! 지금부터 본 경기를 시작한다.


 구슬을 넣기 위해서 눈과 손이 함께 움직이며 그 힘을 조절한다. 그리고 손힘의 차이가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 속도의 차이가 정확도의 차이를 만든다.  그러고도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위치를 조절한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무릎을 꿇었다 엎드렸다 쉴 틈이 없다.


 구슬을 원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데 아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경을 동원해서 구슬은 원 안에 안착시킬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첫째는 구슬을 이리저리 열심히 굴려보는데 엄마보다 잘 들어가 질 않는다.  


 왜?? 난 잘 져주지 않으니까! 정정당당하게 겨뤄야 하고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난 아이라고 일부러 봐주진 않는다. 그럼 난 재미가 없고 하기가 싫어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가 일이 된다.


 그리고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잘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처음 시작부터 우리 관계는 정정당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급부터가 달랐다.


 아이가 어른과 동생이 오빠와 놀이를 하다가 지고 억울해하며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명확한 규칙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 아이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넣을 수 있을 거리를 기준으로 삼았어야 했다. 모든 것이 다른데 같은 거리에서 구슬을 넣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규칙이 아니라 아이들 기준으로 계속 바뀔 수 있는 기준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하는 곳에서는 더 정정당당한 것이었다.


 정정당당하다의 기준은 모두가 같은 조건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작은 사회 경험한다.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작은 사회는 공정보다는 배려심 넘치는 곳이어야 했다.

  


 나의 배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와 나는 같은 거리에서 겨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거리에서 겨뤄도 내가 질 때가 더 많아졌다. 이제는 내가 더 앞에서 굴리면 안 되냐고 사정해야 했다.


 이렇게 배려의 기준 또한 매번 바뀐다. 이제 곧 나보다 키도 크고 힘이 쎄질 아들이다. 아이들은 앞으로 계속되는 변화를 조율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놀이는 변화의 가능성이 더 열려 있어야 했다.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면 그것은 경기 스포츠가 된다. 우리 아이들이 올림픽에 나가 기록을 재는 선수가 되기 전까진 무한한 가능성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길 바란다.


 아!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모든 친구들이 밖으로 나가 직접 흙을 파서 구슬 놀이를 했으면 좋겠다. 흙에서 굴러가는 구슬과 집 바닥에서 굴러가는 구슬의 속도 차이도 직접 경험해 봐야 하니까.. 그리고 흙을 판 웅덩이는 꼭 다시 덮어주고 집으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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