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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Nov 25. 2020

놀이 장소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겨울여행 - 교래 자연휴양림>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매년 제주도를 갔다.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을 갈 때면 자연과 자유로움이라는 주제에 맞는 장소를 찾곤 한다. 지난겨울 여행에  우리가 찾은 곳은  교래 자연휴양림이다. 교래 자연휴양림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연물로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림   마리에이


나는 자연물을

        자연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나뭇잎, 나뭇가지, 돌멩이, 흙 등은 자연에서 아이들이 놀이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장난감이다.

 장난감을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고 다 놀고 버려도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자연물을 자연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여긴다. 이런 자연물에 눈, 바람, 비가 더해진다면 어른들에겐 불편하지만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놀잇감이 된다.


 제주도 교래 자연휴양림 안의 숙소 중에서 나는 숲 속의 초가가 좋았다. 숲 속의 초가는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고 아이들이 편히 뛰어놀 수 있는 개별 마당이 있다.


 대부분의 자연휴양림은 차를 숙소 앞에 주차할 수 없다. 교래 자연휴양림 역시 그 때문에 짐을 수레로 싣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짐을 수레에 싣고 끌고 숙소까지 가는 과정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체험이고 추억이 된다. 아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선 수레 끌기 체험이라며 체험비를 내라고 할지도 모른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작은 것 하나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난 제주도의 겨울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도 특별한 여행이었다. 우리가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날, 눈이 참 많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휴양림 안을 온통 하얀색으로 채웠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신나게 밟으며 아이들은 자신의 발자국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휴양림 광장에 도착했다.  

 넓은 광장의 초가집, 잔디, 나무 위에 눈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직 아무도 만지지 않은 하얀 눈..

 새하얀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자국을 내고 다녔다. 우리 아이들 평생에 가장 큰 도화지를 얻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완벽한 선물이었다.

 아이들은 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이 올 때면 도시에서도 눈을 뭉쳐 아이들과 눈사람 만들기를 했었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지도 않았고 금방 녹아서 잘 뭉쳐지지도 않아 주먹만 한 눈 뭉치 두 개로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제주도는 눈도 달랐다. 손으로 동그랗게 눈을 뭉쳐 굴리기 시작했더니 눈이 눈 뭉치에 자석같이 붙기 시작했다. 눈을 굴려 사람만 한 눈사람을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이 내 평생 본 가장 큰 눈사람이었다. 자연에 눈을 더하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겨울 여행이 되었다.

그림  마리에이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건너뛰고 자연을 배워간다. 아이들은 자연을 지식적으로 알아가는 것보다 자연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도 어른처럼 생각할 장소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숲처럼 거대한 공간에서 탐구한다. 아이들은 그 웅장함에 평안을 느끼고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집중하며 스스로 그 이치를 알아간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놀이하며 스스로 몰입하며 향상된다. 특히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유롭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고 아이 스스로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는 것이 값비싼 교육을 받게 하는 것보다 좋다고 확신한다.


 우리 아이들에겐 몰입하며 놀 수 있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어른들의 넉넉한 마음이 필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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