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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Dec 08. 2020

어른이 계획한건 놀이가 아니다.

아이와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12월 25일 성탄절을 맞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트리 주제는 과자 트리였다.


준비물: 미니트리, 색깔이 있는 캐러멜, 초콜릿, 사탕, 끈, 테이프


준비는 그렇게 어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만들기는 어떨까? 과자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들 모두가 알 듯 끈을 가위로 자르고 테이프를 끊어 과자에 붙여 트리를 장식하면 된다. 정말 쉬운 과정이다.



 아이들에게도 쉬울까?

9살 아이는 곧 잘했다. 내 도움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5살 아이는 끈을 자르는 것을 성공했지만 테이프를 끊어내는 것도 끈과 테이프를 연결해 과자에 붙이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도움을 받아 몇 개를 만들고는 먹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토 놀이를 하러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과자 트리'만들기는 9살 아이는  혼자 만들 수 있도록 하고 5살 아이와는 몇 개만 같이 만들어보고 내가 만들어 준 과자 고리 트리에 걸어 장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이와 나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았다.


즐겁게 시작한 트리 만들기가 수업이 되지 않도록 아직은 먹는 것과 장식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둘째 아이와는 그렇게 장식을 마무리했다.


 완성된 과자 트리의 단점이 하나 있었다. 트리 장식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앙상한 초록색 트리만 남았다.


 그래서 곧바로 두 번째 트리 만들기에 도전했다.

창문에 줄 전구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까 하다가 올 해는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꾸미는 트리로 장식하고 싶었다. 이번 트리의 계획은 과자 트리를 만들다 남은 줄로 창문에 트리를 그려주고 아이들이 별을 접어서 줄 위에 붙여가며 트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줄로 트리를 그려놓고 별을 접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에 별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할 때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만들었던 종이접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9살 아이는 공룡, 개구리, 팽이를 5살 아이는 다양한 표정의 고양이를 가지고 왔다.

 


 내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내 계획은 오직 줄 위에 별을 장식해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을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 별을 접어 붙이는 것보다 그동안 만들었던 아이들의 종이접기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이 연말의 의미와도 맞아떨어졌다.


아이들과 만들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내려놓는 일이다. 내 계획과 그 계획 안에서 완성된 완벽한 모양을 계속 포기하고 변경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완벽한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라는 주제로 만들기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두 가지를 약속했다. 종이접기 한 것 중에 별 크기와 비슷한 것을 고르고 최대한 줄에 맞춰 붙이며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올 해의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를 마무리했다. 내년에는 어떤 트리를 만들어보면 좋을까?

예전에는 나뭇가지와 낙엽을 주어서 물감으로 색칠해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번 똑같은 트리에 장식을 달고 전구를 켜놓고 있었다. 그렇게 장식한 트리는 참 깔끔하고 예뻤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트리는 투박하고 엉성하지만 따뜻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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