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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Dec 02. 2020

30대 가장이 다시 백수가 된 이유

Remember, Like a Bird

한 달이란 짧은 시간 동안 부동산 등기이전과 인수인계까지 끝나자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갑자기 백수가 됐다. 아직 돌아갈 수 있는 회사가 있긴 했지만 막상 회사 밖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살다 보니 더 이상 답답한 회사는 못 다닐 거 같다. 그렇다고 다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자영업 생태계로 들어가기도 망설여졌는데, 뚜렷한 차별성이나 전문성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 얼마나 외부 변수에 취약한지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비록 돌고 돌아 출발선으로 오긴 했지만 나름의 큰 수확이 있었다. 그건 바로 회사 밖에서도 생존한 2년간의 시간과 사업 경험, 그리고 가게 매각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본금이었다. 바닷가 앞에서 유유자적하며 다음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행복한 날이 이어졌지만, 한편으론 아무 소득도 없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는 불안함과 초조함도 컸다. 사업을 할 때도 늘 불안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현 상태는 더욱 불안하기만 했다. 이럴 때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에 몰입하는 건데 지방의 환경은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기에는 좋았지만 막상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실력을 쌓기엔 부족한 환경이었다.


결국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위해 서울로의 복귀는 필연적이었는데, 만약 우리와 같은 시행착오를 피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가급적 특정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쌓고 오는 게 좋을 거 같다. 우리는 둘 다 경영학과 출신이라 어딜 가던 무난하게 회사일은 해냈지만 막상 회사밖에 나오니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라 결국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젊고 건강할 때 깨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50대에 할 걱정을 조금 미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럴 때 끈기 있게 버티게 해주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나의 관심과 열정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직업을 구하는 건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일 테지만 적어도 나란 사람은 아예 관심 없는 일은 못하는 성격이라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일 거 같다. 솔직히 처음엔 돈을 좇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사업을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분야라면 직장 다닐 때만큼의 소득만 있어도 "인생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됐다. 아마 안정적인 급여보다 자유롭지만 불안한 크리에이터, 사업가의 삶이 나에게는 더 편안한 옷이기 때문인 거 같다.


서울을 떠나 있던 2년 동안 유래 없는 부동산 폭등기가 찾아와 전보다 훨씬 많이 오른 집값과 전셋값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더 집중하기로 하며 서울 외곽인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가 2019년 5월이었니 어느새 1년 하고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사회적으로는 코로나 19라는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펼쳐졌고, 개인적으로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원하는 삶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비교적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졌으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막상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맞벌이 직장인 부부에서 게스트하우스 & 카페 사장님이 됐다가 아내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나에겐 '와인 소믈리에', '스타트업', '주식 전업투자자'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생겼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12월의 지금, 또 한 번의 퇴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브런치에서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시간과 이제부터 펼쳐질 새로운 도전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한다. 그사이 새로운 식구가 생겨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30대 가장이지만 또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 볼까 한다. 이런 철없는 남편을 지지해주는 아내가 있어 참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잊고 싶지 않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동해 생활이 브런치 글로 이어졌고, 그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는 소중한 구독자 분들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저와 같은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직장인 분들이 계시다면, 그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세련되지 않은 긴 호흡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번 매거진의 마지막 글을 마치려 합니다. 매거진의 글은 곧 브런치 북 "동해로 떠난 부부 2"로 엮을 생각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Remember, Like a Bird" 

"감사합니다!"




다음은 현재 생각 중인 다음 매거진의 주제들입니다.


- 8개월간의 사투. 30대 가장의 주식 전업투자 망한 썰.

- 대기업 vs 스타트업 vs 자영업 (어쩌다 보니 3개를 모두 경험해봤네요)

- 1인 기업 창업 도전기 (지식창업)

- 부부의 두 번째 강원도 창업 & 이주기 (내년에 강릉으로 갈까 아내와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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