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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Apr 04. 2021

우리는 전세 호구

강릉에 이사 갈 집을 구했다. 전세 신고가로 ^^;;


이제 여기서 또 1~2천만 원 올라서 매물로 나오겠지. 지금도 비싸다~비싸다 하면서 들어왔는데 누가 과연 그 가격에 받을까? 와이프와 내 생각엔 아무래도 우리 이번에 전세 호구가 된 것 같다. 근데 어쩔 도리가 없는 게 도시 전체에 바로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이 없어서 이마저도 운 좋게(?) 구한 편이다. 4월에는 이사를 가야만 했던 우리는 가격 네고는커녕 집을 보는 둥 마는 둥 (아파트가 다 똑같지..) 선택의 여지없이 10분간의 방 구경이 끝나자마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버렸다. 


당초 우리의 바람대로 땅을 구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야 늘 굴뚝같았지만 브런치에 강릉으로 이사 계획을 밝힌 불과 몇 달 사이 동해안 땅값이 천정부지로 샘솟았다. 슬프지만 이 꿈은 잠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4년 전 동해로 떠날 때와 다르게 주니어가 생겼다. 어디서든 살 수 있었던 부부에게 이제 아이의 삶을 생각하니 전처럼 시골로 가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편의시설, 주변 친구가 부족한 시골에서 부모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부모가 그만큼 아이와 많은 것들을 함께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어린이집 친구를 선물로 줄 계획이다 ^^; 강릉에서 시내에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는데 막상 내년부터 보낼 어린이집과 배달 가능한 음식점, 병원, 편의시설 등을 고려하니 한동안 집에서 독박 육아할 아내가 가능한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게 중요했다. 강릉으로 가는 대신 시내에서 생활하는 약간의 타협이라고나 할까?


2년 전 고양시로 올 때는 인근 전세 최저가로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강릉 단지 최고가로 들어간다. 이게 인생의 묘미인가? (이런 묘미 싫은데..) 그나저나 아무리 전국적으로 올랐다지만 2년 전 고양시 전세 가격보다 비싼 돈을 주고 들어가려니 속이 좀 쓰리다. 지금 사는 고양시 집은 당시 마이너스 P가 붙어 있었는데 (매매를 고민하다 아파텔이라 포기했었다) 2년 만에 3~4억이 올랐다. 이것도 사실 속이 좀 쓰리다. 집주인 분하고 통화하는데 그때 사지 그랬냐며.. 저도 이럴 줄 알았나요.. 당분간 잊고 사업에 전념해야 이 응어리가 사라질 것 같다.


근데 그렇게 속 쓰리면서 왜 아직도 집을 안 사냐고? 아직 집을 짓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도 했고, 올해 강릉에 신규 아파트 분양이 많아 아무래도 몇 번은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주식에 다 물려서 살 돈도 없다)



속은 좀 쓰리지만 그래도 그곳에선 퇴근길에 잠시 들려 바다를 볼 수 있고 지는 노을을 바라볼 여유가 다시 생기겠지. 서울로 돌아와 답답했던 건 출퇴근 길의 지옥철만이 아니었다. 어딜 가도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딱히 높은 건물이 없어 어딜 가도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고, 가끔 출근 전 테라로사에 들려 우리가 좋아하는 빵과 커피를 마실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는 강릉러의 삶이다. 동해에 있을 때부터 자주 가고 익숙한 곳이긴 하지만 막상 사는 건 처음이고 또 그사이 새로운 식구가 하나 늘었으니 우리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설레나 보다.


그나저나 결혼 6년 만에 처음으로 한 달간 주말부부를 하게 됐다. 아내가 현재 내일 배움 카드를 활용해 디자인(일러스트, 인디자인)을 배우고 있는데 이 과정이 강릉에는 없어 한 달간 친정에서 지내며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는 강릉으로 먼저 떠나 공간을 구하고 초기 사업 세팅에 매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았는데 이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겠다.


요새 한창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다 보니 앞으로의 사업계획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함께 일하는 걸 선호해 팀을 꾸리고 싶지만 당장 인건비를 줄 여유가 없다 보니 상반기 정부사업과제 중 꼭 하나를 따야만 한다. 과제에 합격하면 회사로 모셔오고 싶은 분들이 몇 생각나는데 아마 강릉까진 안 오겠지.. 사실 서울에서 평생 살던 사람들이 쉽게 이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관성을 깨기까지 나름의 용기도 필요하고 말이다.


4.16(금) 이삿날까지 D-12! 


또다시 서울을 떠난다. 아무래도 한 달간 집과 공유 오피스를 전전할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어째 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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