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와 데이트를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엄마가 좋아하는 산책을 하고 들어왔다. 엄마와의 데이트는 늘 이런 식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이루어진다. 전에 한번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려고 했다가 크게 싸울 뻔한 뒤 엄마에게 맞추기로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방식대로만 이루어지는 엄마와의 외출이 싫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나도 엄마와 노는 게 좋다. 엄마는 평생 자기 인생의 초점을 나에게 맞춰주고 살았는데 나는 겨우 몇 시간 맞추는 것뿐인 걸.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얼굴을 보면 나도 좋다.
한때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나에게 잘못한 것만 괜히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수도 있는 나이가 되자, 엄마의 대단함과 고마움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엄마도 나처럼 누군가를 키우기에는 너무 어리고 하고 싶은 것 많은 한 젊은 여자였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자기를 포기하고 희생해가며 나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인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엄마가 나를 키운 데는 엄청난 노력과 사랑이 있었고, 내가 딸을 낳아 키우더라도 이렇게는 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머리가 아닌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나 자신이 좋고, 내 인생을 잘 살고 있다. 그건 우리 언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큰 건, 내가 원래 잘나서가 아니라 엄마의 덕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어떠한 좋은 기질을 타고난 아이라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편의 도움이 거의 없이 혼자서 딸 둘을,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자기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성인으로 키워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엄마랑 같이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오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