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고 나서부터 내내 불안하고 초조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감일은 정해져 있는데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인 듯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고 있다. 남들이 할 일이 80, 내가 할 일이 20이라고 치면 20이라도 먼저 하고 있으면 되는 건데 초조해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이 불안감의 실체가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느끼는 불안감이다.
결국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 무언가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할 때 사람은 가장 불안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걱정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이 일이 별거 아닐지라도 어쨌든 이것이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 해놓은 작은 일은 나중에 보탬이 되며,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불안함을 덜어준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덤으로,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내가 걱정할 만큼 일이 많이 쌓여 있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라고 생각하면서 일은 안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니, 정말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글은 덮어두고 일하러 가야겠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