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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Oct 06. 2019

가능성에 대한 단상

출판 드라마 ‘중쇄를 찍자’에는 편집자나 창작자의 마음을 울리게 할 여러 가지 순간들이 등장하지만, 정말로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운 건 20년 간 만화가가 되려고 어시스턴트를 해온 누마타가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7화였다.     


만화만을 생각했고, 어쩌면... 어쩌면... 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어시를 해왔던 누마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만화를 접어버린다.   

  

왜 하필 이번 화에 가장 눈물이 났을까.

그건 그가 ‘가능성’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성공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하고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건 가능성이었다.


내 인생이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

작가가 될 거라는, 작가가 될 거라는 가능성.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는 가능성.


꿈에 한 발짝 다가서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는 그렇게도 기뻤더랬다. 


그러니까 재수해서 대학에 갔을 때도, 내가 100% 원하던 학교가 아니었기에

삼수하는 친구를 보며 감히(?)

네게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부럽다, 열심히 해! 같은 망언을 할 수 있던 거겠지.     


그런데 가능성이라는 녀석은 무서운 놈이어서,

주인을 쉬게 하지를 않는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내 가능성이 커질 텐데, 왜 쉬는 거야? 라며 나를 몰아세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나를 혹사시키고, 쉬지 못하곤 한다.

그놈의 가능성 때문에, 뭔가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무언가 선택할 때 지나치게 신중해지기도 한다.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선택을 하기가 굉장히 무섭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서 살아갈 때 인생의 중요한 가능성이라고 하면 아마도

대학, 진로, 결혼 이렇게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게는 이제 결혼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더욱 두려워서 인생의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이제 결혼까지 해버리면 더 이상 내 인생이 변화하지 않을까 봐.

새로운 가능성 없이 주어진 인생 안에서만 살게 될까 봐.


하지만 최근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인생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고 가능성이 조금씩 닫히는 것에 많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성이 너무 많아도 쉬지 못하니 힘들고,

가능성이 없으면 인생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질 테니

늘 인생에서는 균형이 최우선인 듯하다.


여하튼 드라마를 보길 잘했다.

짧은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만 보다가

오랜만에 뭔가 감정선이 있는 내용을 봤더니 이렇게 글도 쓰게 되고 기쁘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언젠가 나도 만들 수 있다면.

하는 가능성을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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