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14일차_2020년 11월 1일
어느 순간부터, 내 꿈은 작가였다. 꿈이 작가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뭘 쓸 거냐’, ‘뭐에 대해 쓸 거냐’라고 묻곤 했는데 사실 딱히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쓰는 게 좋았고, 잘 쓰고 싶었고, 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무언가 대단한 걸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글 써서 먹고살면 좋겠다, 그럼 작가가 되어야겠군, 하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 직장으로 출판사를 선택한 것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책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책이 좋아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내 글을 쓰기는 더 어려워졌다. 수많은 인풋의 홍수 속에 휩쓸려 제대로 된 아웃풋을 내기는 더욱 힘들었다. 이래서는 영 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내 글을 쓰겠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수도꼭지 물을 틀 듯 글이 콸콸 쏟아져 나올 줄 알았다. 경기도 오산이었다. 시간만 생기면 쓰려고 벼르던 4가지 글(소설, 에세이, 일기, 실용서) 중 제대로 쓰고 있는 거라곤 이 백수일기 하나였다. 나머지는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것조차도 점점 엉망으로 쓰게 되었다. 제대로 글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부족한 결과물만 내고 있었다.
딱 일주일만 멈추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마침 ‘주간 괜찮아마을’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목포로 일주일간 스테이를 떠나게 되었다. 똑같은 일상 속에 있으면 계속해서 시간이 애매하게 흘러가겠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주일간 지내면 관성이 리셋되고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다.
그렇게 내일 떠난다. 일주일 동안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노트북으로는 아무런 글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손으로 쓰는 일기나 글은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제한하지 않겠다) 이렇게 보내는 일주일이 앞으로의 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없이 똑같이 흘러가던 시간을 한번 다잡아줄 기회가 되기를!
+ 그런 이유로, 백수일기는 일주일 쉽니다. 목포의 '주간 괜찮아마을'에서 보낸 시간은 이후에 정리해서 남겨보도록 할게요.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