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외모 중에 어디가 가장 싫으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씩 웃고 말아버리곤 했다. 눈이나 코, 키처럼 잘 보이는 게 아니라 꽤나 은밀한 곳이었기 때문에. 내 콤플렉스는 가슴이었다.
5살이 많은 언니는 가슴이 컸다. 어릴 때는 나도 크면 언니처럼 가슴이 커질 줄 알았다. 섹시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큰 가슴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내 가슴은 초등학생 때처럼 그대로 납작했다.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좋아하던 남자애가 왕가슴 언니를 좋아해서 슬펐던 적이 있었다. 볼륨이 있어야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 때의 내 모습이 영 싫었다.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길 때면 가슴을 보여주는 게 겁이 났다. 그가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 밥을 먹다가 흘리면 가슴에 떨어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릴 때는 마르기라도 했지, 지금은 5kg가 넘게 살이 쪘는데도 가슴은 그대로였다. 이제는 배가 가슴보다 더 나온 것 같다. 내 몸이 너무 형편없다고 느꼈다.
가슴 수술을 알아보기도 했다. C컵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딱 B컵만 되었으면 싶었다. 모든 성형수술은 무섭지만, 가슴 수술은 특히나 부피가 아주 큰 이물질을 몸에 넣어야 했다.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계속해서 관리를 잘할 자신도 없었다. 결국 수술도 포기했다.
그렇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던 어느 날,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화가 났다. 이렇게 평생 내 가슴을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뱃살은 빼고 찌고를 마음대로 할 수라도 있지, 이건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 뽕을 넣고, 감추고, 불만족스럽게 살아야 하다니! 바보짓이었다. 가슴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뿐인데, 포기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손해일뿐이다.
오늘부터 나는 내 가슴을 사랑하기로 했다. 내 가슴은 작아서 무게가 덜 나간다. 어깨에 무리가 갈 일은 전혀 없을 거다. 가슴 때문에 음흉한 시선을 받을 일도 없다. 고기능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지 않아도 운동할 때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래도 브라를 착용하긴 해야 한다!) 20년쯤 지나서 나이가 들어도 별로 처지지 않을 거다. 왜냐면 처질 게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내가 승리자일 거다.
나도 안다. 이건 엄연한 정신승리다. 하지만 정신승리면 어떠랴? 나는 나의 조그만 가슴을 사랑하기로 했고, 이 녀석들(?)을 미워할 때보다 지금 훨씬 행복한걸. 여전히 나는 가슴이 큰 사람들을 부러워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