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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Jul 18. 2016

조금 더 나답게 사는 법

  예전에는 싫은 일이 있어도 대부분 참고 살았다. 별 말없이,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별 일 아니겠지, 하고.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 나에게 싫은 일을 시킨다면 싫다고 말할 줄 알게 되었다. 의외로 나의 희생을 원하면서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할만하겠다 싶은 일들은 그냥 내가 한다. 그렇게 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에게 싫은 일을 했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경우에는 그냥 참고 넘겼다. 이미 지난 일을 어떡하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난 이후라도, 내가 싫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때 그랬던 거, 지금 생각해보니까 별로인 것 같아. 기분 나빴어.라고 말할 줄 안다. 이전에는 차라리 말하지 않고 상대방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었다. 그게 편했으니까. 그렇게 내 세계를 좁혀 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방에게 말하고 그 사람의 반응을 기다린다. 내 말을 받아들여 주고 나에게 사과를 해주면 내가 그 사람을 피할 이유가 없어진다. 오히려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는 인연을 끊고 지내면 된다. 오히려 그게 깔끔하고 서로에게 편하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빴다는데 거기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의외로 별로 없다. 그래서 솔직해진 지금, 인간관계가 전보다 편하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몸을 나누는 사이인 연인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지 모르지만, 연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다른 개체일 뿐이다. 의외로 나에게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싫은 것은 싫다고,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는 능력이 생김과 더불어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할 줄 아는 능력도 생겼다. 나는 네가 좋다, 너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 문득문득 그런 생각들이 들 때는 사람들에게 말해준다. 그러면 내 말보다 더 따뜻한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그렇게 조금 더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나답게 살아 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더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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