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다 보면 새로 나는 이파리들이 누렇게 변할 때가 있다. 가지도 멀쩡하고 원래 있던 잎들도 푸르스름하니 괜찮아 보이는데 여들여들하게 새로 올라온 잎들은 여지없이 연두색이었다 노래지며 금방 버석해진다.
상한 잎들을 떼어내고 떼어내다 문득 흙을 조금 들춰 안을 본다. 뿌리가 물러서 흙에 짱짱하게 박혀있질 못하다. 식물의 문제는 대부분 셋 중 하나다. 햇빛의 문제, 물의 문제, 흙의 문제. 셋 중 하나만 틀어져도 여지없이 식물은 힘을 잃는다.
식물이 죽어간다. 뿌리가 죽어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본질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지금 의미없는 가지치기 중이 아닐까. 내 본질을 살아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