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준희 Jan 08. 2023

음악은 나의 삶을 빛나게 한다 / 세 번째

제야 음악회

  벌써 사 년 전이었다. 2018년 연말에 마침 작은 아이가 들어와 있을 때 온 가족이 가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연말에도 가기로 했다. 2022년 12월 31일 밤 열 시에 시작하는 제야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한밤중이어도 지루하지 않을 레퍼터리와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나온다. 이번에도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서 곧바로 예매를 했다.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중 바카날레의 이국적인 멜로디가 정돈된 사운드로 들려왔다. 생상의 관현악 작곡기법이 모범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만했다. 연주를 했던 교향악단의 음향이 관악과 현악의 균형이 잘 잡혀 있던 까닭도 있었던 것 같다. 코리안심포니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2022년부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휘자가 만들어가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이 교향악단의 연주에 종종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고 정돈된 소리를 들려주는 교향악단은 고정팬이 있음직하다.

 다음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었고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패기 넘치는 연주를 선사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은 기교와 서정성을 모두 갖춘 곡들이 많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인 것 같다. 기교의 정점인 파가니니의 곡을 주제로 해서 더욱 화려했다. 귀가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2부는 성악의 시간이었는데 베이스 박종민이 김효근의 '눈'을 불렀고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아리아를 불렀다. 이어서 소프라노 황수미가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중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어서 전에 성악레슨 받을 때 일부러 레슨을 부탁하기도 한 곡이었다. 이 노래는 르네 플레밍이 잘 부르는데 그날의 선곡이 플레밍이 자주 맡는 역할의 곡이 두 곡이었다.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중에 나오는 유명한 이중창인 '입술은 침묵하고'가 또 하나였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중 '기사의 눈길'도 불렀다. 황수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을 때는 화려한 외모와 가창력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음악회에서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음악회가 끝난 후에 모두 광장으로 나가서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새해맞이 폭죽이 올라갔고 베토벤 환희의 송가등등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하얀 등이 둥둥 뜨고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축제였다. 음악과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하는 건 참 들뜨게 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서로 껴안으며 새해인사를 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군중 속에 있는 것은 매년 경험하고 싶은 기분 좋은 일이다. 연례 가족행사로 하고 싶다. 

 

이전 08화 음악은 나의 삶을 빛나게 한다 / 네 번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