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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Sep 02. 2023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어디를 가나 저에게 많이들 물어보시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한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말씀드리기 전에 이것은 정답이라기 보단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힙니다.

 

우선 마케팅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제품 광고가 여기에 해당되죠.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혹은 타사 대비 얼마나 가격이 저렴한지를 직접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혹은 잠재고객에게 보여주어 판매를 유도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얘기합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가 이것이죠.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를 하나의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볼게요.


누군가 침대 하나를 구매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죠. 그래서 백화점에 갔다고 생각해 보면요. 물론 다양한 침대 브랜드의 매장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 어떤 침대를 골라야 할까요? 마침 한 침대 브랜드에서 오늘 하루만 파격가로 세일을 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관심이 우선 가게 되어 그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고객을 자사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죠). 매장에 놓여 있는 침대를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점원이 나와 이 침대가 얼마나 좋은 소재를 썼고 얼마나 과학적인지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호기심이 가겠죠? 왠지 지금 안사면 다시는 이 가격에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민이 되어 매장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직원이 본인 재량으로 특별히 나에게만 추가 5% 할인을 제시합니다. 어쩌면 오늘 구매한다면 메모리폼 베개를 2개 정도 사은품으로 증정해 줄 수 있다는 얘기를 할지도 모르죠. 결국 그렇게 그 사람은 이 매장에 침대를 구매했습니다.


이게 일반적인 마케팅의 방식입니다.(다소 방식이 클래식(?) 하지만 사실 형태만 다를 뿐 많은 곳에서 보이는 온라인 광고도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밟고 있습니다. 점원이 설명하는 침대에 대한 장점이 온라인에서 보는 상세페이지의 내용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페이지 이탈 전 제시하는 추가 할인 및 사은품 역시 온라인에서도 동일한 혜택으로 제공 가능하죠.) 이 사람이 다음에 침대를 구매할 때도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까요? 물론 모를 일입니다. 제품을 써보니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을 받았다면 그럴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침대를 구매할 경우에는 구매의 순간 특가 세일을 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을 지도 모르죠.


여기 또 다른 침대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어느 날 청담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그런데 가보니 예상외로 그곳엔 침대가 진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모습의 인테리어와 함께 다양한 굿즈들을 진열해 놓았죠. 개성 넘치고 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이 올라기가 시작합니다. 어느덧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브랜드의 이런 모습을 담아 그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렸고요. 소문은 금세 났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팝업 스토어에 방문해 이 브랜드의 취향과 개성을 느끼고 돌아갔죠. 혹시 짐작이 가시나요? 작년에 열린 시몬스의 팝업 스토어 얘기입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모습

침대가 없는 팝업 스토어. 이들은 여기서 침대를 파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그보단 철저히 이것을 배제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단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주었을 뿐이었습니다. 방문한 사람들은 그들이 파는 굿즈를 많이들 사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시몬스 팝업스토어의 느낌을 기억하겠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 매장에서 즐거운 경험을 한 사람이 침대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매장은 무엇일까요? 물론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시몬스는 그들의 머릿속에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통해서 그들은 시몬스를 샀을까요?  이 역시 모를 일이죠. 하지만 시몬스의 전국의 매장을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더 공격적으로 브랜딩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들의 TV광고를 보면 역시 침대가 나오지 않는 광고를 오랫동안 진행했죠.) 아마도 이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시몬스 관련 기사에서 발췌


첫 번째 사례와 두 번째 사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첫 번째는 침대를 사고자 하는 고객에게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여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중간중간 제시하죠. 만약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재방문을 하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어떤가요? 제품에 대한 혜택도 우리 제품에 대한 장점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이 예시에서는 전혀..) 어필하지 않지만 이 브랜드를 고객이 기억하도록 만들고 어떻게든 친숙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고 팬을 만들기 위해)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전달하죠.


두 방식 모두 그것의 종착역은 결국 매출(판매) 일 것이지만 그 여정도 방식도 너무 다릅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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