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성 Oct 30. 2023

BISCIT과의 인터뷰 #1

브랜딩 디렉터의 마음을 움직인 순간 

지난 8월 브랜드 에이전시 BAT에서 운영하는 채널인 BISCIT과 2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문서 뿐 아니라 팟캐스트와 스포티파이로도 릴리즈 되었는데요. 인터뷰 내용을 2회에 걸쳐 제 브런치에 공유합니다. BISCIT이 회원 전용이므로 내용의 일부만을 공개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문 내용 및 오디오로 듣기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큰 기업부터 1인 브랜드까지, 요즘은 모두 브랜딩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누구보다 먼저,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놀라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온 사람을 게스트로 소개합니다. 20년 동안 삼성전자, 네이버, 29CM, 스타일쉐어, 라운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성장 모멘텀을 만든 전우성 디렉터. 브랜딩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누구보다 본인의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삶과 커리어도 브랜딩 철학처럼 중심을 세우고 남다르게 만들어 가는 전우성 디렉터를 비스킷이 만나보았습니다.


CHAPTER 2. 브랜딩 디렉터라는 ‘직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BISCIT

지금까지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로 반복해서 말씀해 주시는 게 있어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만들고 난 다음에는, 다시 새롭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의 브랜딩을 맡아서 하고 싶다’는 말이요. 이 욕구가 우성님이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라고 느껴져요.


우성

때마다 조금씩 다른 계기로 이직했지만, 그 중심에는 내 이름을 걸고 맡은 브랜드를 멋지게 성장시키고픈 욕구가 항상 있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브랜딩 디렉터로서 커리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한 회사에 오래 있으면 CMO, CBO처럼 직급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 회사의 누구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브랜딩 디렉터’라는 직업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직장인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이 중심인 사람과 ‘직업’이 중심인 사람. 둘 중 무엇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직장’이 중심인 분들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네임 밸류나 복지, 처우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직업’이 중심인 분들은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과 책임, 나아가 성취감과 성장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저는 100%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를 성장시켜도 그 브랜드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브랜드를 성장 궤도에 오르도록 만들면, 브랜딩 디렉터로서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더 중요해요. 그게 제 커리어 상으로도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고요.


BISCIT

방금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를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우성님은 직업인에 가까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브랜딩 디렉터라는 ‘직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요. 문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대 졸업 후 마케터로 취업하신 것도, 마케팅 공부를 했는데 브랜딩 디렉터가 된 것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대 출신, 영국 마케팅 유학처럼 조금 특이한 요소들이 지금의 전우성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 부분도 있을까요?


우성

네, 전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제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 온 거잖아요. 공대생이었는데 커리어를 전환한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유학을 가버린 것도 그렇고. 귀국 후 사실 더 큰 대기업에 갈 수 있었는데 당시 규모가 작았던 네이버를 선택하기도 했고, 그 이후부터는 더 작은 조직을 선택해 왔고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길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런 경험이 쌓여 무언가 도전하는 것에 내성이 생긴 것 같아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도전하는 모습이 나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 온 것에 대한 약간의 자부심도 있어요. 저는 이 경험들이 지금의 선택과 결과를 이끄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마음은 제가 기획할 때도, 계속 남들과 다른 방향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줬어요. 전에 없던 콘셉트로 무언가 만들 때 주저하지 않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요. 당연히 저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남들보다는 덜한 편인 것 같아요. 지금껏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의 순간을 선택한 과거가 현재의 저를 만들어 준 거죠.


CHAPTER 3. 전우성이 만든 일, 전우성을 만든 일


BISCIT

이제 우성님이 해오신 일에 대해 좀 더 질문해 볼게요. 아마 외부에 알려진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20년간 수많은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을 텐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성

모든 프로젝트가 다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없지만, 애착이 가지 않는 프로젝트는 솔직히 하나도 없습니다.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말이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9CM에서 진행했던 ‘루시’라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9CM 다운 앱 푸시 메시지는 어때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커머스의 앱 푸시 메시지는 다 비슷했는데요. 광고나 할인 정보를 보내는 일반적인 메시지에는 29CM만의 개성이 담기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영화 『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가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이거다!’ 싶었고, 단순히 워딩만 고치지 말고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어요. 루시라는 가상의 인격을 설정해 고객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감정을 나눈다는 콘셉트로 접근했어요. 루시가 말을 걸고,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좋은 문구와 음악을 추천하기도 했고요. 앱 푸시를 고객과 브랜드가 소통하는 창구라고 여겼죠. 이를 위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촘촘한 계획과 디테일 요소를 많이 넣었습니다. 루시의 연령, 성격, 취향, 말투는 물론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등 페르소나를 굉장히 명확하게 잡고 29CM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페르소나와 일치시켰어요. 말투를 정하기 위해 많은 산문집과 에세이를 읽고,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의뢰해서 루시만의 앱 푸시 사운드로 바꾸기도 했고요. 고생스러웠던 만큼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도 있어요. 루시 오픈 후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거든요. 정말 많은 분이 이 서비스에 놀라워하셨고, 엄청난 바이럴이 생겼죠. 루시 이메일 계정으로 루시에게 고맙다고 메일 보내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많은 언론에서 취재 요청도 왔죠. 중요한 건 루시를 받기 위해 앱 푸시 메시지를 다시 연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29CM를 몰랐던 분들이 루시를 계기로 29CM를 알게 되기도 했고요. 29CM를 좋아하는 팬들은 ‘와 진짜 29CM 다운 앱 푸시가 나왔구나. 역시 대단하다’라며 29CM를 더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줬어요. 29CM의 팬심을 더 뜨겁게, 더 두텁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이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고민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정말 센세이션한 콘셉트의 브랜딩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BISCIT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루시라는 프로젝트의 목적이 궁금해지는데요. 왜냐하면 목적에 따라서 1년 동안 이렇게 많은 리소스를 들이는 프로젝트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우성

1차 목적은 ‘29CM 다운 앱 푸시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단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우리답지 않아. 우리답게 바꿔보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2차 목적은 앱의 재방문이었습니다. 루시를 통해 앱 푸시를 껐던 사람들이 다시 열도록 만들고, 그렇게 앱에 접속시켜 루시 콘텐츠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쇼핑하도록 만드는 것. 기획 의도가 분명해서 그런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앱 푸시 메시지를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했어요. 광고를 다 받거나 루시만 받거나 일부 광고만 받을 수 있도록요. 루시의 등장으로 푸시 메시지를 다시 받아본 분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사실 첫 번째 목적이었던 ‘세상을 놀라게 해 보자. 29CM를 좋아하는 팬들을 더 좋아하게 만들자’라는 목표를 달성해서 더 기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기획안을 이창우 대표님께 처음 말했을 때, 대표님이 해준 대답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성님 한 건 하셨네요. 너무 좋으니 알아서 잘해 주세요.”


BISCIT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대표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다면 실행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합이 잘 맞는 대표님이셨네요.


우성

맞아요. 저는 대표님하고의 합이 브랜딩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대표님이 브랜딩의 중요도를 인지하는 것도, 대표님과 브랜딩을 총괄하는 사람의 합도 정말 중요하죠. 어떻게 보면 그 시너지가 잘 났기 때문에 29CM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BISCIT

루시처럼 외부에서도 성과로 인정받는 프로젝트 말고, 우성님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는 프로젝트가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우성님이 가장 치열하게 매달려 본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우성

저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프로젝트에 치열하게 매달립니다. (웃음) 그래도 가장 치열하게 매달려 본 최근 사례는‘라운즈 애니메이션’인 것 같아요.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의 콘셉트를 차용한 브랜드 필름인데, 거의 반년 동안 정말 열심히 매달렸어요. 사실 제가 라운즈에 입사한 이유는 인지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잖아요. 2년 6개월 전, 입사 직후 라운즈의 인지도를 0으로 규정하고 리브랜딩을 진행했어요. 라운즈의 핵심 경험을 ‘실시간 가상피팅’이라는 기능으로 정의하고 전반적인 모습을 새롭게 바꿨죠. 서비스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바꾸고 나니 라운즈의 인지도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가상피팅’ 기능을 써보기 위해 사람들이 라운즈 앱을 엄청나게 다운로드했거든요. 전년도에 비해 1,800% 성장했는데, 수많은 긍정 리뷰들이 앱스토어에 달리고 ‘오늘의 앱’에도 선정되는 등 꽤 성과가 있었어요. 


라운즈 인지도를 0에서 1로 올려놓고 나니, ‘그럼 이 1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증폭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지금껏 올려놓은 인지도에 새로운 방점을 하나 찍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새롭게 시도한 프로젝트가 지난 6월에 오픈한 라운즈 애니메이션 캠페인입니다. 라운즈만의 핵심 기능을 애니메이션에 담아서 알린 프로젝트예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개봉했다고 가정하고 기존의 공식을 그대로 차용했죠.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6개월간 차근차근 포스터, 티저, 트레일러 등을 제작해서 오픈했는데요.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라운즈만의 기능적 핵심 경험을 알리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거예요. 사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의 작업을 처음 하다 보니 굉장히 고생했어요. 국내 제작사를 찾는 것부터 스토리 구성, 캐릭터 설정, BGM 제작까지 전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비하인드가 많지만 아무튼 결국 해냈고, 오픈 후 다양한 바이럴을 만들어 냈죠. 카카오택시에서 콘텐츠 제휴 요청이 와서 수만 대의 카카오 택시에 애니메이션이 송출된 것은 물론이고요. 성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라운즈 리브랜딩이라는 큰 맥락에서 진행한 저의 마지막 작업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젝트에 아쉬움이 있기 때문인데요. 완성도나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데, 내부 사정에 의해 더 잘 알릴 수 있는 광고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남아요. 여러 상황으로 퇴사하게 되었는데, 아빠로서 자식을 충분히 서포트하지 못하고 나온 느낌이랄까요. 비록 전 라운즈를 나왔지만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야 잘 커라!


BISCIT

그러게요. 잘 컸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득 듣다 보니까 루시 프로젝트도 그렇고, 라운즈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문화 콘텐츠에서 콘셉트나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하시는 것 같아요. 일방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고 다른 업계의 문법도 많이 보시는 것 같고요.


우성

맞아요. 그런 거 좋아해요. 저는 어느 브랜드를 맡건 경쟁사의 브랜드 사이트는 일절 보지 않아요. 아무래도 레퍼런스를 보면 사람이 동요되거든요. 경쟁사에서 제가 하는 걸 많이 보는데 그건 상관없어요.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죠. 대신 저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해요. 제 경험의 조각들을 모두 펼쳐두고, 그 안에서 무언가 뽑아서 차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예 다른 영역에 있는 레퍼런스를 보면 봤지 이 시장에 있는 레퍼런스는 보지 않아요. 저의 철칙입니다, 철칙!


BISCIT

너무 멋있다 (웃음). 그게 항상 차별화된 브랜딩을 만드는 이유인 것 같아요. 우성님은 루시 프로젝트의 사운드나 라운즈 애니메이션 삽입 음악 등 브랜드만의 오리지널을 갖는 작업에도 약간 집착적으로 신경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혹시 이런 부분에 힘을 쏟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성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완성도의 끝은 디테일이죠. 예전부터 늘 이런 말을 해왔어요. 제가 만든 문장인데, ‘감동은 예상치 못 한 디테일에서 온다’ 아무리 큰 감동을 주려 해도 디테일이 엉성하면 감동이 떨어져요. 하지만 디테일이 굉장히 섬세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오면 거기서 오는 감동은 굉장히 커요. 쉽게 얘기해서 우리가 생일날 선물을 받으면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영문도 없이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을 준다면 그때의 감동은 더 크죠. 그런 식으로 무언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디테일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완성도를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어쨌든 알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걸 알게 된 사람은 한 번 더 놀라며 그 브랜드를 다시 보는 계기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BISCIT

공감합니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든 완성도는 물론, 감동까지 있는 멋진 작업물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손대는 족족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시는 분 같지만, 사실 저희가 모르는 실패한 프로젝트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성

실패한 프로젝트도 물론 있습니다. 29CM 초창기에 미니쿠퍼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29CM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한 미니쿠퍼를 앱을 다운로드하고 신청한 한 분께 드리는 이벤트였는데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29CM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많은 분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정말 많은 바이럴을 일으켰던 브랜딩 프로젝트였어요. 아직도 이 이벤트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차 가격을 포함해서 1억 원을 썼는데 참여자가 10만 명이나 되었어요. 그래서 CPI(Cost per Installation)를 천 원에 달성했죠. 사실 천 원보다 이벤트 자체가 개성 있고 차별화되었기 때문에 브랜딩 관점에서 성공한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후 실패한 프로젝트가 나옵니다. CPI가 천 원 정도 나오니 800원으로 낮추고 싶었어요. 더 낮은 CPI를 달성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기프티콘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아마 비타민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였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결과도 당연히 안 좋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실패로 보는 이유는 이 이벤트를 통해 29CM라는 브랜드의 개성을 알릴 수 없었다는 거예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디브랜딩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는 우리 브랜드를 어디 가서 비타민 음료 주는 브랜드로 기억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숫자에 대한 욕심 때문에 진행해 버린 거예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오로지 숫자에만 매몰돼서 숫자만을 목표로 삼는, 브랜딩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건 브랜딩이라고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디브랜딩의 요소가 강하니까요. 그 이후로 이런 이벤트는 절대 진행하지 않습니다. 좋은 레슨런을 얻었죠. 여러분도 숫자에 매몰되지 마세요! 숫자는 따라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BISCIT

단순한 수치 성과를 좇는 것은 디브랜딩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니 좋은 레슨런이 되었네요. 우성님께는 아찔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쩐지 인간미가 느껴져요. 이렇게 대단하고 멋진 프로젝트를 여럿 만든 사람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브랜딩 관점에서 뚝심 있게 플레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고요.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께 위로가 되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아요. (웃음) 다른 곳에서 우성님이 지금껏 만들어오셨던 프로젝트나 브랜딩에 대한 인사이트는 종종 접했는데요. 멋진 결과물 뒤에는 집요하고 치열하게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면 다음 도전을 향해 거침없이 떠나는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성님이 거쳐오신 조직과 진행했던 프로젝트, 지금을 만든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Part 2에서는 일하는 전우성, 그리고 인간 전우성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Part 2도 기대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