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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글 Nov 09. 2023

변화의 장면

그라데이션

회사 앞 버스 정류장에 하차 후 걸어가는 가로수 길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은행나무 잎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다. 건물의 그늘이 내리는 구역이라 조금 늦는 것 같다. 잎은 안에서부터 끝으로 번지듯이 노랗게 물들어 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양을 순간 포착한 것 같다. 평생 지나온 풍경인데도 볼 때마다 생경하고 신비롭다. 생각해 보면 해가 뜨고 지는 광경도 그렇다. 나는 그렇게 물들어 가는 찰나를 좋아한다.




“요즘 글 쓰는 것에 부담 느껴?”

늦은 오후 뜬금없이 날아온 친구의 메시지.


나의 브런치 스토리 구독자이자 몇 안 되는 소중한 나의 진짜 독자님이시다. 매주 올린다고 했던 글을 너무 띄엄띄엄 올렸나 싶다.


구독하는 작가님들 중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글을 업로드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신데 새 글 알림이 뜰 때마다 여전히 놀람과 존경의 연속이다. 여러 사람이 읽는 글이라고 생각하니 매주 한 편씩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리 고쳐 써도 완벽하지 않은데, 완성도를 고집하다 보면 못할 이유만 넘쳐 난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로 머뭇대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차곡차곡 글감을 모아보고자, 1차적으로 개인 블로그에 데일리 폴더를 만들어 매일 쓰고는 있는 중이다. 가끔은 그중 일부를 발췌해 브런치에 쓰기도 한다. 브런치에 자주 글을 쓰지 못해도, 쓰고자 하는 열정이 시들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더 글을 잘 쓰고 싶다.


잘하고 싶으니까 당연히 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늘겠지. 진짜로 진심으로 읽어 주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친구의 조용하고 큰 응원이 참 고맙고 힘이 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일까. 그렇다면 계절마다 탈색을 하는 은행잎처럼,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의 그라데이션 색감처럼 선명한 변화의 모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변화의 그 아름다운 찰나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면 좋겠다. 스스로는 목도할 수 없을 장면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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