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계절
여름을 무척 사랑한다. 초록은 여름의 상징인 것만 같고, 그래서 초봄에 푸른 잎이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부터 여름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곤 한다. 작열하는 태양과 꿉꿉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머리 위로 드리우는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행복해하며 걷는다.
단골 카페로 가서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사로운 시간을 보내다 으슬으슬 해질 즈음 밖으로 나선다.
길을 걷다 이어폰 음량을 뚫고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소리가 좋아 잠시 음악을 끄고 걷는다. 여름의 절정에 서있는 느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 살짝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한여름이 오면 자두 주스를 참 부지런히 챙겨 마신다. 새콤달콤 향긋한 생자두에 곱게 갈린 얼음알갱이들을 쭈욱 쭉 들이마시고 있으면 머리끝까지 시원하고 상큼해진다. 날이 아무리 더워져도 이걸 꼭 마셔줘야 그제야 여름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자두 주스 한 잔을 테이크아웃한다. 찐한 행복의 맛이다.
어떤 날은 진이 쪽 빠지지만 기력을 보충할 음식이나 과일이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것 같다. 색색의 수채화 같은 하늘, 곳곳에 심어진 나무 그늘, 싱그러운 풀향, 시원한 물로 가볍게 첨벙첨범 달려들 수 있는 여름이 좋다. 가장 환하고 눈부신 계절인 것 같다.
계절이 좋은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여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아무도 춥지 않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의 여름은 그랬다. 그러지 못했던 이들도 지금은 무사히 지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