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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Aug 13. 2023

나는 수영이 정말 싫다.

프롤로그 



나는 수영을 못한다. 

그리고 수영이 정말 싫다. 




정말로 그렇다. 7살 때부터 엄마는 나를 수영장에 보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아이들과 수영장이란 곳에 가서 발차기며 키판을 잡기, 물에 떠서 발만 차기 등의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웠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기 키가 넘는 성인 풀에서 잠영하고 자유로이 호흡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선생님들을 피해 도망만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오로지 수영 후 먹었던 사발면. 그렇게 우리 아파트에선 나 혼자 수영을 배우는 데 실패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선생님이 유독 물을 무서워하는 나를 유아 풀 한가운데로 장난삼아 던져버린 것, 다른 수영장보다 유독 수심이 높았던 h 스포츠센터의 환경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나는 두발로 딛는 감각이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영은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에게 기이한 형태로 전진하도록 요구한다. 머리를 수면 아래에 담그고 온몸에 힘을 뺀 뒤 수영장 바닥과 평행이 되어야만 하는 자세. 그것을 어찌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호흡도 전혀 다르게 해야만 한다.



나는 높은 고도에서 흔들거리는 비행기만 타도 두려움을 심히 느낄 정도로 고소공포증이 심하다. 나는 물 공포증도 있다. 그러니 나에게 수영은 두려움 종합 선물 세트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은 알면서도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그토록 수영과 내가 맞지 않는 인연임을 알고도 나는 몇 차례나 수영 강습에 등록했었다.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다. 나는 매번 수영 기술 획득에 실패했다. 그때마다 비염, 코로나, 염증 등 다양한 이유가 원인으로 거론되었으나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내가 수영을 실패한 원인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두려움.


그런 내가 마흔을 앞두고 다시 한번 수영 강습을 등록하게 된다. 이유는 좀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남편이 무작정 내 수영복을 결제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수영을 썩 잘한다. 항상 그는 나에게 수영을 배우길 권유했는데, 나는 애써 모른 척해 왔다.



생각해 보면 수영에 대한 나의 마음은 양가적이었다. 휴양지에 가서 물에 어떻게든 떠보겠다고 스윔링을 걸치고 둥둥 떠 있을 때는 자유형으로 내 옆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어린 시절 선생님을 피해 도망을 다니면서도 2m씩 되는 성인 풀에 겁 없이 뛰어드는 또래 친구들이 신기했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했었다. 그럼에도 수영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 ‘한계’라고나 할까.



가정 사정으로 휴직을 한 후, 복직이 서너 달쯤 남은 시점부터 나는 SNS에서 실시하는 홈트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건강에 위협을 줄 정도로 불어난 체중과 지속적인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가 아닌 단체로 자신의 식단과 운동을 매일 인증해야 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 운동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차 내 삶의 중심이 되어갔다. 조금씩 체지방이 감량되기 시작할 무렵 나는 나를 항상 짓누르던 허리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체력이 붙자 더불어 삶에도 활력소가 찾아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함께 운동하는 선생님, 멤버들과 함께 새벽 기상과 산책을 실시했다. 그리고 복직에 맞추어 기상 시간을 조정하는 연습을 해 나갔다. 남편이 내 수영복을 결제한 시점은 바로 그즈음이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수영복 사게끔 놔두지도 않았을뿐더러, 곧 반품했을 것이다. 나는 폴리에스터 재질의 군청색 수영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앞으로 남은 휴직 기간은 단 2개월.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고.’



갑자기 어디서 용기가 솟았는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바닥 면과 평행하게 유영하는 내 모습이 떠올려졌다. 남태평양의 햇살 아래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고기들과 해사하게 웃고 있는 나의 모습도 리조트 수영장의 선베드가 아닌 풀장 안에서 자연스레 물살을 가르는 나의 모습도.



나는 잠깐 두려움은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 새벽 걷기를 하고 운동과 식단을 하는 내 모습을 석 달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듯이, 몇 달 후의 나는 어쩌면 물속에서 편안함을 찾는 방법을 배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물 공포증 어른이의 수영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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