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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 Nov 16. 2021

3. 출판사에 투고할 때는

투고할 때 주의점


이거슨 경력 n년차 편집자의 한탄.




이것은 n년차 편집자의 한탄




작가님들!!!


출판사에 투고할 때는 꼭 파일명에 이름을 적어주세요.


'출간기획안'이라고 메일로 첨부해서 보내도 다운받아보는 입장에서는 어떤 출간기획안이 어떤 작가님 건지 모르거든요. 투고 원고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다 검토도 못 하지만 어지간한 필력이라면 그냥 떨어지거든요. 작가 지망생이 이 나라에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맨 앞장에 이름 연락처(폰, 메일, 홈페이지, 가장 활성화된 SNS, 기타 등등)는 기본으로 좀 적어주세요.


각각 어느 출판사에 투고합니다 라고 쓸 정성이 없다면 받는 사람에 제발 수십 수백 개 출판사 다 나열하지 마시고 숨은 참조라도 걸어주세요. 진짜 성의 없어 보입니다. 출판사 직원들도 사람이에요.


블로그 이웃 몇백 명, 하루 몇백 명 방문? 예. 저도 일기랑 오타쿠 덕질하는 변방의 블로그를 하고 있는데 하루 300명은 기본 방문합니다. 이 정도는 자랑이 못 됩니다. 그중에 각자 다 이웃 수 키우고 덩치 불리고 어떻게든 블로그로 돈 벌어먹으려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수치로 자랑할 거면 유튜브 5만 이상쯤부터 인정해줍니다.(근데 요샌 이걸 전담하는 팀도 있어서 대충 이쯤되면 이미 출판사 컨택 들어갔다고 봐야 함) 따로 자랑할 인맥이 있고 그중 몇 퍼센트가 내 책을 살 것이다란 확신이 있다면 통계로 들고 오세요.(굿즈 기획해서 팔았는데 이만큼 나갔다. 실구매층이 이 정도다<very good)


타깃층 설정하실 거면 시장분석이랑 동시에 구체적인 타깃층을 갖고 오세요.

막연하게 젊은 층 이런 거 하면 안 돼요. 뭐에 관심있는 연령대? 근데 책 내용은 그 연령대의 일부라면 구체화를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비교 도서 분석에 얼마 팔리지도 않은 책 갖고 오면 '내 책은 이런 컨셉이라서 이 책과 같은 루트를 탈 것입니다'밖에 되지 않습니다. 차별점이 있다면 확실하게 왜 이 도서를 내세운 건지 적어주세요.


편집팀에 전화해서 독촉하지 마세요. 여기 일 미친듯이 많아요.

기안 올리고, 저자분 연락해서 관리하고, 기증본 가져오고, 보도자료 쓰고, 교정교열 편집 보고, 서점 들여다 보면서 기획 아이디어 쥐어짜내고, 주간 업무 보고 쓰고, 8시간 풀로 진짜 다 써도 모자랄 만큼 미치게 바쁘거든요. 메일 클릭해서 열어보면 진짜 채택할 수도 없는 원고밖에 없을 때 저도 너무 힘들거든요. 

그리고 어지간히 잘 쓴 원고가 아닌 이상 거의 빠꾸먹거나 연락 안 갈 겁니다. 피드백 주는 게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고 사실 실무자들은 피드백할 시간이 없어요. 근데 또 피드백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심. 피드백? 그게 공짜랍니까? 제 시간을 쓰는 건데?


아니 내 글이 뭐가 어때서 이런 애들도 책을 내는데?! 싶은가요? 그럼 직접 출판사 차려서 내보시면 될 겁니다. 요즘 심리 에세이 이런 분야 잘 나가니까 내 글도 잘 나갈 거 같죠. 꽁으로 이뤄지는 베스트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는 베스트셀러 중에 대다수는 온라인 오프라인 광고로 겁나 밀어붙여서 겨우 순위권 진입해낸 책들이 진짜 재미까지 있고 필력도 좋아 더 팔리고 자리잡은 애들일 겁니다. 입소문으로 자리잡은 친구들도 당연히 있어요.


운빨이다? 운빨인 책도 있고 표지로 낚여서 팔린 책도 있고 인기가 있다니까 사봤는데 막상 별거 아닌 것도 있겠죠. 중요한 건 팔렸다는 거예요. 책 퀄리티가 어찌되었든 독자들이 선택한 이유가 확실히 있을 겁니다. 투고자분이 쓰신 건 아직 안 팔렸고요.


출판사가 무명 작가를 써야 할 필요 -> 굳이 있을까요? 잘 팔리는 작가 나오면 이름 걸고 홍보도 되고 그 팬층이 사기라도 하는데? 


난 내 책 다 내가 살건데? 책만 만들어줘!! -> 자비 출판 추천드립니다.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혹시 필요하시면 몇 군데 추천해드릴 수 있으니 따로 연락 주세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요즘 초판은 기본 2,000부(적어도 제가 근무했던 곳은 그랬지만 최근 소규모 출판사들은 500~1,000부도 찍는다고 합니다)이고 2,000부를 전부 다 사가실 수 있다면 아마 환영하는 곳은 많을 겁니다. 투고할 때 이 말까지 하면 백퍼 통과되는 곳 많을 거예요.(물론 실제 2,000 부 구매해갈 능력이 충분하다면 말입니다. 15,000원 짜리 도서 저자 구매 시 70%공급률, 2,000부 구매 시 2,100만 원.)


내 소설을 유명한 곳에서 내고 싶다? -> 이건 찐 투고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객관적으로 자기 글을 판단해보도록 합시다.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들도 읽어보시고 각 출판사별로 어떤 느낌인지도 좀 보시고요. 공모전에 도전하시거나 요즘 웹소설처럼 특정 플랫폼에서 연재하시고 인기 끌어서 출간까지 가는 수밖에..


실제로 은퇴하시고 나이 드신 분들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글을 쓰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자기 글에서 뭐가 문제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적으로 다년간의 경험으로 본 나이 드신 저자분들의 글의 특징

1. 옛날 말투 

->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가 됨(한자어, 표현, 모든 면에서 나이 든 분이 쓰셨단 느낌이 풀풀 남). 진중함을 넘어서 꼰대스러움이 느껴지는 글이 많다는 말입니다.


2. 자신조차 모르는 버릇과 말투 

->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데 교정보면서 다 고쳐보세요. 의식하면서 고쳐야 합니다. 중복된 표현 일부러 버릇으로 넣는 작가들도 있지 않느냐? -> 아.. 예.. 그럼 써보시든가.


3. 객관화 결여

-> 편집자와 작가가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작가 역시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무조건 필요한 과정입니다. 시제통일 안 된 사람 태반입니다. 고통스러워 제발 그만해.


4. 현대와 뒤떨어지는 시대 착오적 발상

-> 흔히 중년 남성 글에서 많이 나오는데(특히나 역사 소설 썼다 하시는 분들) 역사적 상황과 사실이랍시고 남자가 첩 끼고 놀아난다느니 하는 내용 진짜 백만 번 봄. 제 기준 시집 볼 때 거르는 첫 번째 목록이 뭔지 아시나요. '젖가슴'이란 단어 쓴 시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한번 보세요. 어차피 도서 시장(특정 분야 제외)의 인구 대다수는 20-30대 여성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이구요. 그들이 좋아할 책을 쓰세요. 처녀작? 그래요. 이 단어 사전에 등록되어 있습니다만 성차별적 단어입니다.


그리고 투고 시에 작품이 선정되느냐 마느냐는 편집자나 편집장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에 따라 사장님의 의견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장님 맘에 들면 돈 안 돼도 출간해줄 수 있음. 그러나 그런 곳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십시오. 진짜 적극적으로 해준다면 그거야말로 투고자분의 자질을 인정해준 걸 겁니다. 홍보마케팅이 정 걱정된다면 계약 시에 홍보 마케팅은 어떻게 해주시나요 같은 걸 물어봐도 좋습니다. 요즘 도서들은 마케팅 없이는 그 책이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시장에 묻혀버리기 때문에. 안 되면 그냥 망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투자? 경제경영? 타깃층 확실히 잡았습니까? 그렇다면 함 도전해보시지요.

하지만 글빨보다 배경이나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할 겁니다.

인터뷰 형식 도서? 잘 되는 경우도.. 있나요? 일단 저는 못 봤습니다.


모 기업 회장님이다 -> 그 기업에서 우리 회장님 도서라고 사갈 확률 50%이상임. 무조건 출간함.(대기업의 경우입니다)


친구의 친구의 아버지가 글을 쓰셨는데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신다. 네가 그래도 편집자니까 조언 좀 해줄 수 있느냐 해서 글을 봤던 적이 있습니다. 맞춤법 오탈자 그런 건 둘째 치고 재미가 없어요. 예. 객관적으로 재미가 없어요. 같은 연령대 사람들한테만 보여주지 마시고 다양한 연령대 모두에게 재밌단 말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성별도 마찬가지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다고 느끼는지부터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 글을 읽음으로써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어느 지점에서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지부터 생각해보시고 글을 쓰시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약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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