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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Apr 06. 2023

전문직에도 위, 아래가 있나요??

당신 직업이 바로 전문직입니다만...

종종 유튜브를 보고는 한다. 이제 TV 등 다른 매체를 거의 모지 않기에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느끼는 것에는 유튜브만 한 것이 없다고 자위를 한다. 사실, 내 입장에서 유튜브를 보는 것도 배부른 일에는 분명하다.


유튜브에는 너무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아서, 그 소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주억거리더란다. 가령, "30대 여자는 누구와 결혼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혹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대답은 없다.


쌍방 간의 직업과 나이 그리고 집안의 배경까지 모두 합해지고 버무려져요 정확한 답이 나온다. 복잡한 세상이다. 내 친구들이 처음 결혼할 때만 해도, 그런 말이 오가는 것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신랑에 비해 신부가 너무 예뻐서 아깝다는 둥, 아니면 신부네 집안이 쪼끔 기운다는 둥, 이 정도의 뒷말들은 오고 갔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조금 지나면 시나브로 그런 이야기는 줄어들고 그 뒤부터는 누구와 누구가 이혼했다던가, 아니면 사이가 안 좋다던가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는 했다. 


그런데 현재는 다르다. 모든 것을 맞춰야 하는 세대다. 하기는 혼사는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것이라는 그런 것쯤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개가 또 한 번 갸우뚱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직 중에서 단연 1등은 의사다. 그에 더불어 판사, 검사, 변호사가 인문계 쪽에서는 당연 탑이다. 그리고 의사 다음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등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인문계에서는 공기업, 대기업 등등이다.

여기서 솔직히 수의사는 입에 오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살짝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쯤은 이제 거둬둘 때쯤 되었다.


처음, 수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의과학대에 입학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괜히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약학대나 다른 대학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없지만 유독 의과대학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람들. 이 것이 바로 수의과대학의 당시 풍조였다. 그래도...

"의과대학 중에 가장 좋은 대학은 수(首) 의학과가 아냐??"면서 자조했다.


최근에는 입장이 달라졌다. 수의학과의 입지가 한참 탄탄해졌다. 의과대만큼은 못하더라도. 반려견, 반려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입학점수등도 높아지고 좋아졌다. 좋은 일이다. 내가 입학할 때와는 달라도 더 훌륭한 후배님들의 덕으로 내가 더 낯이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와, 나는 유튜브에서 주로 보는 채널이 있는데, 중요 콘텐츠가 주로 공부와 관련된 콘텐츠들이다. 가령, 입시나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의 V-log 나 학원 강사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올려주신 영상들은 내게도 큰 도움이 된다. 


가령, 국사의 "XX길" 선생님 같은 경우는 나와는 전혀 거리가 먼 과목이고 선생님에도 종종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느 날,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좋아서 나도 댓글란에 댓글을 달았다. 내가 살아왔던 날들, 살아가고 있는 날들, 그러니까 공부하시는 분들 모두 꼭 노력하셔서 함격하시면 좋겠다."라고 최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이었다. 대다수의 공시생은 수긍하는 말을 또 댓글로 달아주셔서 나 역시 훈훈한 힘을 받았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들어왔다.

"수의대 대신에 치대를 가셨어야지, 세상 볼 줄 모르시네."이런 글이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그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전에는 저런 댓글 식으로 이야기하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헛웃음과 비웃음을 샀을까. 




최근에는 의과가 좋다, 치과가 좋다, 혹은 수의대는 빠져라,라는 식의 의식은 사실상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나 직접 그 일을 하고 있는 의사들에게는 없다. 물론 자신들이 처음에 입학할 때는 더 높은 점수로 입학을 했다는 조그만 자부심은 있을지 모른다.


그 뒤엔??

그 뒤에 끝이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성과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자본이다. 돈이다.

그 결과 무엇을 하든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사람이 승자라는 이야기다.


예전처럼 개인이 병원을 세우는 과정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주 부자인 부모를 뒤에 두지 않고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몇 명의 원장들이 모여서 전문 병원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의 결과는 누가 더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알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하늘이 내린 애널리스트의 눈을 갖고 있을 것이다.


놀랐던 적이 있다. 서울대에 가도 한 참을 좋은 과에 갔을 친구가 같은 과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외에도 높은 합격 점수의 학생들이 같이 공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솟았던 적이 있다. 한 참 공부할 때는 '"치대"를 갔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나 부족함은 끼어들 겨를이 없었다. 그냥 나는 한 대학의 학생으로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그랬다. 

그것은 매일을 촘촘히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다시 나눠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행복이었다.

(물론, 나는 그 덕분에  본과 3학년에 나는 또 번아웃이 왔다. )




누군가는 또 물어본다, 아니 물어볼 것이다.


"직업에도 지위가 분명 존재하겠죠??"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뚜렷이 대답해 줄 것이다.

"네."


"의대가 치대보다 좋고... 블라블라..."

"네."


그러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한 껏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문직에 있지 않는 한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고 전문직 내에서 벌어지는 그 수많고 허다한 일들로 이뤄어지는 뒷세계의 일은 어떻게 알겠는가.


전문직에는 분명 있을 것이다. 등급이라 불리는 사회적 단계가 말이다. 하지만, 그 것은 모든 사회에도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스스로의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작년의 나처럼 아주 간단한 시험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왜 자신이 하는 일은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당신이 하는 일 중에서 당신의 이미 전문직이다. 전문직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가 아니다.


당신의 사회적 지위를 알고 싶은가? 내가 똑바로 알려드리겠다.


지금 당신이 서있는 그 자리가 바로 최고이며, 남으로 대체될 수 없는 위치이다.

당신이 최고이고, 당신이 바로 전문직의 최고이자, 당신 삶의 주인공이다.


2023-04-06


written by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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