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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Jul 22. 2023

15년 차 프로 우울러의 고백

패션 우울증 그런 것 하지 마오.

7월도 다 지나간다. 2023년의 상반기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렸다. 시간은 참 신기한 것이 상대적 길이가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이 제일 길은 듯 느껴지고, 그다음이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 지금은 중년기.

갈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20대 초반의 어느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추운 방 안에서 혼자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나는 왜 실패만 할까."

"나에게는 성공이란 단어는 오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들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던 날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서른이 올까."라는 물음에 문득 서글퍼져서 엉엉 울어버린 그날이었다.




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30대 초반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집안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을 보내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도 잠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는 했던 날들.


식욕을 비롯해 모든 욕구도 없었고, 머릿속은 그냥 무아지경 텅 빈 듯이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툭하면 눈물을 흘리고, 툭하면 '나 같은 것은 죽어야 한다, '라고 중얼거리며 거리를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내가 신경정신과에 가는 것을 반대했다.

사내자식이 그렇게 의지가 박약해서는 어디다 쓰냐는 식으로 시작해서, 모든 것은 다 내게 달렸다는 식의 말이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를 받지도 못했고, 스스로를 응원하지도 못했다.

내가 죽어야 할 이유는 대략 마흔세 가지 이상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늘 어떻게 하면 쌈빡하게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자유로워질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을 했다.




그렇게 참다 참다 찾아간 병원을 찾아간 첫날, 상담을 하던 도중, 나는 울음을 터뜨렸고 30분이 다 되는 상담시간 동안 그렇게 서럽게 흐느꼈다. 하지만, 나의 우울증은 특별한 약도 없는 타입이라 부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그랬다. 내가 처음 병원에 용기를 내서 문을 열던 날만 해도, 신경정신과에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의사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때로는 오열을 하기도 하면서 나는 치료를 이어갔지만, 내 증상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병원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병원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고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경정신과가 웬만한 내과보다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을 보며 놀랐다. 우울증이 아무리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우울증에 빠져 산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나는 우울증으로부터 더 벗어나고 싶어졌다. 나의 증상이 아직 확연히 개선되거나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더 이상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패션 우울증이라는 말을 들었다. 타인의 이목을 끌고 싶어서 우울로 자신을 감싸고 다닌다는.

이 단어가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우울함을 몸에 두르고 다닌다니. 그들은 지금 무엇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완전히 그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패션우울증은 여러 가지 폐해를 가져올 수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자신이 스스로 우울하다고 할수록 사람은 더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설령 처음에는 정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어느새 자신이 병원에 다니고 환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때, 이미 심한 우울증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우울증의 치료 목적으로 받는 약물에 중독이 되는 경우이다. 처음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다가도 자신이 정말 우울증 환자가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순간, 당신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약들은 매우 위험한 약들이어서 중독에 빠지기도 쉽고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나는 처음에 4알에서 시작되었던 약이 현재는 무려 10알이 되었다. 한 알, 한 알 불어나는 약들을 보면 한숨과 함께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이 약들이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게 될까 봐, 내 자유의지를 잃어버리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우울한 모습이나 감정은 패션이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정신을 파고드는 무서운 침입자가 될 수 있다. 우울한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모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당신은 우울한 모습이 아닌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이다.


부디, 우울증을 멀리하라. 우울증을 걸치지 마라,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자신을 치장해 줄 수 있는 듯한 옷들을 벗어버리길.

당신의 앞날은 당신이 우울할 때보다 당신이 건강할 때 더 빛날 것이기에.

부디, 당신이여. 패션 우울증 그런 것 하지마오.


이미지 구글

Written By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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