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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Feb 13. 2024

5천만 원짜리 국민차

신형 국민차도 못 타는 국민이란...

국민차

한 국가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전 국민에게 값싸게 보급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정한 자동차를 말한다


국민차는 경차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 대표적인 경차가 대우자동차에서 판매되었던 TICO였다(이하 티코). 티코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이제는 대다수일 것이다. 아니면 어떤 매체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듯하다. 


나의 청년세대까지만 해도 티코가 판매돼도 곧잘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 티코는 정말 작고 어떤 면에서는 볼품없었으며 네 사람이 타면 과연 굴러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작은 심장을 품고 있었다.




티코는 또한 약했다. 워낙 차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고속도로 혹은 자동차 전용도로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 탑승자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잦았다. 그래서 경차를 탈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도 사람들은 불안해하기도 했다.


이런 티코가 단종이 되고 나온 차가 마티즈였다. 마티즈는 티코보다 한결 커지고 멋진 자태로 경차라고 하기에는 조금 럭셔리한 면이 있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기아의 모닝, 현대의 아토즈 등등의 작은 자동차들의 길거리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티즈는 단점이 잘 무게 중심이 높아서 불안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실제로 학교에 다닐 때 교내에서 거의 반 정도 뒤짚힌 마티즈를 지나가던 학생들과 힘을 합쳐서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은 기억이 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이다. 마티즈와 모닝, 아토즈는 다 그만그만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작은 엔진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래서 출력이 부족하고 그 부족한 출력 때문에 엔진에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국민차이지 않는가. 그래서 운전을 처음 배우는 초보운전자, 마트에 장만 보러 다니는 가정 주부,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초년생 등의 계층이 첫 차로 많은 선택을 했고 또 사랑을 받았다. 국민을 위한 차였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차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민차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국민을 위한 작은 차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차로 그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다음 국민차는 티코나 아토즈 등등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덩치가 커져버린 그리고 가격도 비싸진 아반떼가 되었다.


나는 아반떼를 내 차로 소유해 본 적은 없다. 대신 친구들이 첫 차로 아반떼를 구입하기 시작하고 튜닝을 하고 그러는 모습을 보았다. 아반떼는 한 때는 젊음 세대의 아이콘 같은 것이었다. 보통은 아반떼, 돈이 조금 더 있으면 티뷰론(아반떼의 쿠페형), 이렇게 나뉘어 수없이 많은 튜닝족과 젊은 층의 가습을 끓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국민차 아반떼는 국민차라는 명칭을 빼앗기게 되는데 그 차가 어이없게도 소나타였다. 소나타는 내 어릴 적만 해도 내가 살던 곳에 한 두대가 있을까, 말까 한 고급차였다. 고급차, 중형세단의 대표인 소나타가 국민차가 돼버린 것이다. 광고에 사회 초년생이 소나타를 타고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많이 팔리는 차가 국민차가 되다 보니 소나타가 국민차가 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차 소나타의 시대도 오래가지 못했다. 소나타 위에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차의 가오를 담당하던 그 이름 "그렌져"가 있었다. 자동차 회사는 참 머리가 좋았다. 그렌져를 어느 순간 슬쩍 소나타 급으로 밀어내리고 그 자리 위에 다른 독자적 브랜드를 심어놓았다.


사람들의 뇌에는 럭셔리 브랜드는 안 되지만 그렌져쯤은 나도 한 번쯤??이라는 질문이 들게 되었고, 소나타 보자는 그렌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결국 연말에 1년에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그렌져가 등극하는 초유의 사태를 양산했다.


결국, 그렇게 그렌져는 국민차가 되었다.




나는 그런 공식에 따라 구형 국민차를 타고 있다. 이제 15만 Km를 채 주행하지 않았다. 사고도 없어서 차체도 멀쩡하다. 엔진은 주기마다 엔진오일을 잘 관리해 줘서 상태도 괜찮다. 다만 하체에서 올라오는 잡소리는 몇 가지 부품을 교체해도 또 반복되기 때문에 어쩔 때는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식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는 그렌져를 다음번 자동차 교체 대상에 넣지 못한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올라버린 자동차 가격 때문이다. 그렌져의 가격은 3000만 원 대에서 시작되지만 옵션 및 필요 장비를 넣고 나면 5000만 원까지 그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5000만 원짜리 국민차를 생각을 해봤는가. 나는 도저히 그 가격을 부담할 수가 없다. 현재의 지동차도 그 정도 부담을 하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소유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부품값, 수리비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과연 국민차가 이렇게 비싼 수리비를 들여서 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 몇 억의 재산이 있는 셈이다.(은행의 대출은 감안하지 않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슈퍼카라 불리는 차를 소유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 일인가구가 되기 위해서 예산을 세울 때, 자동차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비싼 제품을 소유하고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렌져는 국민차다. 국민차이기에, 나도 국민이기에 소유하고 있어도 충분할 정도의 가치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아무리 그렌져가 넘쳐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렌져를 사기는 힘들다. 그리고 아무리 많이 팔려도 그렌져가 국민차가 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져나가는 소비와 각종 언론 매체를 비롯한 매개체들의 사람들을 자극시키는 문구는 정말 그렌져를 소유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나처럼 구형 그렌져를 소유한 사람은 마치 패배자처럼 느껴지게도 만든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마도 국민차가 제네시스나 혹은 벤츠가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수많은 차량들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너무 고가의 자동차는 아니면 좋겠다. 오히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잘 만든 자동차가 나온다면 그때서야 다시 한번 "국민차"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커비이미지: 구글

Written By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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