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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Mar 17. 2024

충남대학교, 캠퍼스의 낭만은
그대로일까.

두 번째 작은 세상

1998년 나는 새내기라는 단어를 달고 충남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진학하였다. 하지만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 재수 끝의 결과로 처음 재수할 적에 생각했던 목표와 너무 동이 떨어져 있던 결과로 나는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기 싫고 적응을 못하니 당연히 학교에도 불만이 많았다. 당시에는 학교 주변이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이라 학교 주변이 도시회되지 않았던 점도 있고, 드넓은 학교 캠퍼스는 불평을 넘어 불만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교란 낭만을 일컫는 장소이기도 했다. 봄이면 캠퍼스의 곳곳에 앉거나 드러누워 봄을 만끽하는 학생들도 많았고, 꽃이 필 무렵이면 꽃놀이하러 캠퍼스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기 바쁜 학생들도 있었다.


불만은 많은 것을 가린다. 나는 불만의 눈으로 내 학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또 계절마다 어떤 감정을 주는지 알려고 하지조차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나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시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학교는 오히려 다시 수의학과로 진학 후, 바쁜 본과 생활을 할 때 내게 다가왔다. 지금부터 소개할 교내 사진은 대부분 바쁜 시간을 오려내서 담은 학교의 모습들이다.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이면 꽃망울이 잡히기 시작한다.
꽃망울이 진 것도 잠시 학교에는 목련이 만개한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서 그 시기를 놓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목련이 보기에도 탐스럽게 피었다.
충남대의 벚꽃길은 아름답다. 사랑하는 이들과 밤의 벚꽃길을 걸어보기를.


봄은 너무나도 짧다. 꽃망울이 생긴 것을 본 것 같은데 연속되는 시험 몇 번이면 벚꽃도 다 사라지고 봄은 이미 내년을 기약할 준비를 마친다. 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바쁜 학기 중에서 캠퍼스의 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봄은 그만큼 짧고 아름답기 때문에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한 것만으로도 가슴 깊숙이 남는다.



여름


여름의 시작은 햇살이 창을 타고 넘어오는 것을 느끼며 알 수 있다. 더 강해지고 더 빛이 나며 햇살 그 자체만으로도 윤기가 흐른다. 나는 어느 초 여름날 강의실 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며 한 참이나 설레어한 적이 있었다. 다른 때에도 수없이 봤을 햇살의 산란이지만 강의실 안에서 나는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던 설렘을 느꼈다.


햇살이 나의 눈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층층이 진 햇살의 층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학교는 녹색빛으로 충만하다.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이면, 학교가 온통 녹색의 향연이다. 그리고 작은 잡초의 꽃까지 만개해서 작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햇살은 그들 하나하나가 서운하지 않도록 빛을 내려준다. 잡초들의 꽃도 주연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훌륭한 조연이 되는 계절이다. 기말고사를 끝으로 학교는 낮잠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도 학교와는 거리를 두며 가을을 기약한다. 학교는 가을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기다린다. 



가을


모교에서 봄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할까. 나는 학교의 가을을 사랑했다. 가을은 시나브로 왔다가 성급하게도 지나쳐버린다.  2학기는 학기도 짧게 느껴져서 학교의 가을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짧다. 때때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학교 안을 둘러보지 않으면 학교는 벌써 먼저 겨울에 가있고는 했다.


가을비는 건물 옥상을 캔버스로 만들어버렸다.
음대 앞의 계단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가을은 너무도 짧다.


중간고사를 보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옷의 두께가 많이 도톰해진다. 마지막 시험이 끝날 때쯤이면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린 후에는 학교를 둘러쌓고 있던 나무들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이제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기다리며 학교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겨울


이미 기말고사를 치를 때쯤이면 학교는 첫눈을 맞이한 이후다. 통학을 했던 나는 눈이 오는 것을 극도로 꺼려 늘 노심초사했다. 아침나절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한 시간의 운전 시간 동안 눈길에 미끄러진 차를 보거나하면 종일 긴장이 유지되고는 했었다.


말 그대로 눈꽃이 피었다.
수의학과 동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종종 겨울의 아름다움을 볼 기회가 있었다.
겨울의 학교는 여름보다 더 적막하다. 스쿠터가 그 적막함을 대변해 주는 듯.
멀리 유성 거리가 내다보인다. 해가 지는 시간은 늘 그렇듯 아름답다.
불빛이 망울이 맺혔을 무렵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겨울의 학교는 여름보다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여름 계절 학기에 비해서도 겨울 계절 학기는 덜 분주한 듯 보인다. 넓은 캠퍼스가 눈에 둘러싸이는 날이면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다. 겨울은 학교를 봄, 여름, 가을과는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학교는 다음 학기를 위해, 다시 올봄을 위해 숨결을 가다듬는다.




학교는 내가 처음 입학했던 이후 수십 년 동안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했다. 이곳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저곳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더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그 모습을 달리했다. 나는 그 모습들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이제 학교를 떠났다.


학교가 가장 대학교 다뤘던 모습은 처음에 학교에 입학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오히려 더 학교를 느끼고 학교에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캠퍼스 낭만이라는 단어는 그 시절에 더 어울렸던 것은 분명하다. 현재는 학교의 낭만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바쁘다. 취업이다 뭐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기 바쁘다. 그 바쁜 길 속에서 학교의 사계절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바쁜 와중에 오히려 학교의 달라지는 모습들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학교의 모습에서 나를 치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졸업을 해서 학교에 갈 일도 드물어졌다. 그 사이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 모교는 그 자리를 아름답게 지킬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매 해 다른 모습으로 채워질 것이다. 모교여 영원하라.


2024년 3월 17일


글, 사진 고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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