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작은 세상
시장 이름 중에 가장 흔한 이름은 각 곳마다 있는 "중앙시장"일 것이다. 대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옛 구도심 근처에 큰 시장이 있고, 그 이름 또한 "중앙시장"이다. 오늘 시간을 공유할 곳은 "대전중앙시장"이다.
대전중앙시장은 대전에서 제일가는 크기로도 유명하거니와 시장의 장소마다 각기 다른 품목들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모여있기도 해서 한 번 가보고 그곳을 다 봤다고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나는 이곳의 사진들을 몇 년에 걸쳐 담았다. 때로는 같은 장소를 수없이 찍고 또 찍었다. 올 때마다 그 느낌이 달랐고 찍을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삶의 냄새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직도 삶의 냄새가 그득하게 남아있는 중앙시장으로 간다.
전통시장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왁자지껄한 시끄러움이고, 상인들이 손님을 잡아끄는 호객행위이며, 그 모든 것이 엉클어져 합쳐진 부산함이다. 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백화점이나 기타 쇼핑몰과 달라야 하며, 그 다른 점이 시장 문화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시장 문화가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이며, 문화의 퇴색은 곧 시장의 쇠퇴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어릴 적 시장은 내게 무엇이라도 다 줄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고, 그곳을 탐험하면서 나는 내가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수천 가지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지만, 어느새 백화점과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그 영역이 시나브로 축소되어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앙시장은 대전 최고의 시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곳을 들를 때마다 어린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시장 속 가족의 모습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나 역시 그 나이 때 그 모습으로 부모님과 함께였을 것이니 말이다. 때로는 기억이라는 것은 완전하지 않아서 좋을 때가 있다. 단지,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으로도 사람을 행복해지게 만드는 것이 어렴풋한 기억이니 말이다.
낮의 시장이 옛 생각을 나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보인다면,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되어가면 먹자골목의 풍경 또한 예술이다. 물론 젊은 층은 드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시장의 흥은 올라간다.
밤은 조금씩 깊어가고, 떠들썩하던 장의 먹자골목의 분위기도 사라져 간다.
이제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의외로 길 것 같았던 흥겨움은 금방 꺼져버린다.
아쉬움 가득한 시장의 끝을 보며 두리번 거린다.
중앙 시장 한편의 헌책방 골목은 이제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서 나는 입시에 필요했던 책을 구하기도 했고, 사진에 관련된 책을 사기도 했던 소중한 장소는 점점 작아져만 간다.
재래시장의 축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은 너무도 편해져서 조금 더 편안한 것을 찾는 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이 장소가 없었으면 모두가 불편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 장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신할 만한 장소들이 마련되어 있다.
어느 날, 시장과 함께 온 생애를 함께 하셨을 아버님의 모습을 보았다. 아버님의 기억 속에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백화점과 쇼핑몰, 온라인 샵의 발달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듯이, 그리고 아직까지 중앙시장에 남아있듯이 삶의 냄새나는 그곳이 지금보다 더 활력을 찾게 돼도 좋지 않을까.
2024년 3월 24일
글, 사진 고대윤
시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조금씩 자극적인 것들이지요.
시장 구경을 하면서 장을 찍고 나면 목이 마릅니다.
그러면 생과일주스 한 잔을 사서 마십니다.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이 있으면 더 좋지요.
배가 고프면 핫도그 등도 사 먹습니다.
저는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먹고 마시면서 시장의 흥을 느낍니다.
사진을 찍으면 배가 고파야 하는데 시장을 다녀오면 배가 오히려 부릅니다.
이 것이 바로 시장의 매력이겠지요.
이 번 봄에는 가까운 시장에 나가보시는 것은 어떠실런지요. 아직 시장에는 뭉클한 삶의 냄새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