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째 작은 세상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 조용필, 서울서울서울 중에서
그렇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이다. 나는 이 도시를 끝없이 그리워했고, 사랑해마지않았지만 끝내 이 도시에 정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알고 싶어하며, 그 아름다움을 남기고 싶어한다.
내게 서울은 "큰외삼촌"과 연계되는 도시였다. 어릴 적 존경해마지 않던 큰 외삼촌께서 사시는 그 큰 도시는 언제나 내게 신비로움과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1년 간의 재수 기간에 머물게 된 서울에서 난 짧게나마 서울의 마법에 걸려버렸다. 그리고 대다수의 친구들이 서울권으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내게는 더 큰 아쉬움의 땅이 되어버렸다.
기억은 무섭다. 일련의 사건을 비롯한 기억들은 바로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되돌아왔었다. 나와 관련이 있던 사람들과의 일들은 기억을 통해 재생되고 오감을 통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터전에 적응을 해야했고, 가보고 싶은 곳, 겪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기대감을 거둔 채 지내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몇 번의 서울행을 통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몇 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그 짧은 여행들의 후기이다.
짧은 여행의 시작은 익선동에서부터다. 익선동의 거리는 말로만 들어봤지 보는 것은 처음이다.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가 한 가득이다. 대전은 이 정도로 밀집된 지역이 없다고 해야할까. 밀집도에서 놀라고 개성이 녹아있는 공간에 놀란다.
대전의 카페들도 이제 발전을 많이 해서 예쁜 곳도 많고 꽤 유명해진 곳도 있지만(대전에 성심당만 있는 것은 아님) 그럼에도 서울의 카페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거리에 우산을 일렬로 달아놓은 짧은 골목(특이 카페를 홍보하는 것이 아님)이라든가 하는 것은 내 눈에 충분히 신선해 보인다.
더불어 그 날의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 동안 늘어져있던 내 모습이 반영되기도 하고 이유는 무관하게 더 도회지 같이 느껴지는 것이 낯설면서도 좋다.
익선동을 거쳐 인사동으로 넘어온다. 이 길이 그 유명한 쌈지길이구나. 이 나이 먹도록 쌈지길도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여기 있다. 물론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유명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왠지 드디어 "인싸"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화분을 가꾸시는 모습에서 진짜 봄이 왔음을 느끼기 충분하다. 화초는 무럭무럭 자라서 또 꽃을 피울 것이다.
심지어는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도 두근거림을 느낀다. "여행"이라 하면 한적한 곳으로의 쉼을 떠올리지만 내게는 이 곳이 곧 훌륭한 "여행지"임을 상기한다.
익선동의 고양이는 나를 보며 "멍청한 닝겐"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맞다. 나는 멍청한 닝겐이다.
사실, 어디론가 가려고 노력을 했었으면 갈 수도 있었건만, 특별히 나서려고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앉아있는 채로 머문 적도 많았다.
서울도 그리움으로 가득채웠지 적극적으로 어디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것이 나의 모습이었다. 일명 나의 "서울 여행"은 이런 면에서 나를 바꿔주는 여행이 되었다. 한 없이 좋을 것도 없는 이 곳도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이 모인 삶의 공간이지만 내게는 훌륭한 여행지였다.
매일을 새롭게 보면 일상도 새로운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계속해서 투정만 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선과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서울에서의 산보는 이렇게 충고하는 것 같았다.
서울서울서울 1편
2024년 4월 7일
글, 사진 고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