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비루한 몸뚱이

살, 무게, 그리고 서러움

by 사막의 소금


D+19

쉽지 않은 단식

두 번째 단식의 시작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저녁이 돼도 그다지 배고프지 않았고,

참는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점심에 탄수화물을 먹고 나서 단식을 시작하니

쉐이크와 허용식만 먹으며 단식했을 때보다

잠도 더 깊이 드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습관적으로 너무 허기가 진다.

하루 중 아침식사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터라

이 시간을 보내기가 저녁을 참는 것보다 어렵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수월했던 단식이

금세 참기 어렵게 느껴져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된다.


그래서 단식을 계획할 땐 오히려

오전에 약속을 잡아두고 야외활동을 하는 게

충동을 조절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점심은 오랜만에 근처 한식뷔페 같은 곳에서 먹었다.

야채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이후 오후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곤

집에 들어와서 공부를 좀 하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상체 및 복부 운동,

스쿼트를 하고 잤다.


한동안 매일 스쿼트 100-120개를 하다가

요즘 뜸 했더니 스쿼트 자세가 엉망이다.

역시 운동을 꾸준히 다가가도 멈추면

자세나 태도가 금방 흐트러지는 것 같다.


오늘의 요약

•단식은 점심-다음날 점심 리듬이 최고

•최근 승모근 통증이 생겼다.

•매일 스쿼트 다시 시작하기!



D+20

이유 없이 쓰러져 잠들다.

오전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하루 종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오전에 운동을 해야 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피곤하고 또 귀찮음이 발동했다.

J 중에서도 파워 J로 평생을 살았는데,

타지에서 살아서인지 아니면 살이 쪄서인지..

요즘 몸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고 귀찮음이 증가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들어와서는

저녁에 이것저것 할 것들을 계획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 기억이 없다.

오후 5시도 안 된 시각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요즘 무리한 것도 없고 전혀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몸이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스위치 온 중인데, 왜 오프를 하는 거야?


사실 운동은 그저 꾸준함 정도이고,

한국에서 처럼 많은 기구들을 사용하거나

중량 운동을 하지도 않는데도

몸이 힘들다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그마저도

체력이 약해져서 버티지 못하는 걸까?

몸이 무거워지는 자신을 보면서

의문이 가득했다. 그리고 괜히 서러웠다.


최근 유튜브에서 운동 관련 영상을 보던 중에

우리의 몸은 1주일에 3,4일 정도 운동을 하고

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그 밸런스를 잡는 게 참 쉽지 않다.


조금만 느슨해지면 금세 귀찮음, 미루기 같은

좋지 않은 습관들이 자리를 잡으니까ㅡ

특히나 지금처럼 생리 전 식욕이 왕성할 때는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오늘의 요약

•잠들어서 운동 못함

•생리 전 1주일 간식이 너무 당긴다

•체력은 늘지 않고 체중은 줄지 않고 서럽다.



D+21

서러운 몸뚱이

오전부터 비자 연장을 위해서 서둘러야 하는 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저조한 것이

느낌이 이상해 보니 역시나 대자연이 시작되었고,

하루 종일 신경 쓰일 게 많을 것 같아서

야채와 삶은 계란을 먹고 집을 나섰다.


역시나 오후 5시가 넘도록

대기하고 또 대기하느라 커피 한잔이 전부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허겁지겁 야채를 굽고 씻어서

정말 배가 터지게 먹은 것 같다.

6시가 넘지 않게 시계를 보며 입에 욱여넣듯이ㅡ


배가 고파서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야채들을 다 꺼냈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해 탄산수도 마셔줬다.

그리고 바나나도 하나.


든든하게 밥도 먹었겠다 운동하러 가야겠다 싶어

때마침 도착한 택배를 신나게 풀어보았다.

운동을 위해 최근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레깅스와 탑을 두 개씩 주문했는데,

마음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꽤나 설레어하며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형 사이즈의 옷이 왔다.


이럴 때면 정말 한국이 그립다.

태국 사람들은 체구가 너무 작아서

특히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때면

나는 L사이즈도 아니고 앞에 x가 몇 개는 붙어야

제대로 사이즈를 맞춰 입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살쪄서 스트레스받는데,

이번에 갓난아기용 옷들이 온 걸 보고 더 서러웠다.

겨우 비집고 들어간 맞지 않는 옷은

생리 때문에 부어버린 몸을 더 육중해 보이게 했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괜히 울컥했다.

몇 주 동안 나 뭐 하고 있었던 거지?

스스로가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다 때려치우고 싶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크리스피 도넛에 커피를 먹고

방에 누워 영화 보면서 한 손에 맥주,

한 손엔 과자랑 쥐포 잡고 싶단 말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참고 있는데

이렇게 배신하기냐고

이 비루한 몸뚱이ㅡ

내 정성 좀 알아달라구우ㅡ


그래도... 글을 쓰며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포기하지 말자.

이 분노는 운동으로 풀자! 울지 말자!


오늘의 요약

•승모근 통증으로 등 운동 집중하기

•운동복 구입 완전실패(거의 돼지룩)

•다이어트하다 보니 괜스레 한국이 그립다

•스위치온 다이어트 3주 차 반복으로 결정

->생리 후 4주 차로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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