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순간들‘
태국 생활 1년 차, 나는 종종 낯설지만 익숙한 경험을 한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인종, 피부색, 문화, 언어가 달라도, 심지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느낌만으로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모두가 결국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심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생경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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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한 가게에 들렀는데, 전형적인 부리부리한 태국인이 주인으로 있었다.
나도 모르게 생긴 편견 때문인지, 환하게 맞아주는 주인을 보자 나는 살짝 주춤했다.
‘가게에 들어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속으로 고민하며, 그의 강한 인상이 서툰 내 언어보다 먼저 마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인은 그런 내 주춤거림을 아는 듯, 더욱 밝게 나를 맞아주었다.
금세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친절히 알려주고,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럼에도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가서도, 나는 그 가게를 다시 가야 할지, 아니면 전날 저녁 알아둔 숙소 근처 아저씨에게 조금 더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살지 한참 고민했다.
물건도, 가격도, 분명히 그 가게가 더 좋았는데, 상대의 첫인상이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줄은 몰랐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약속 시간까지 한참 지체했다.
평소라면 절대 늦지 않을 나였지만, 마음의 불편함 때문에 1시간이나 더 머뭇거렸다.
어쩌면, 그때는 작은 용기조차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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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나의 주저함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그는 지역 여행이 처음인 나를 위해, 날씨와 시간대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 주고, 내가 묻는 여러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높아 보였던 내면의 벽은 어느새 허물어졌고, 그는 내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냥 농담하며 아무 생각 없이 떠들 수 있는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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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는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그의 첫인상이 너무 강해서 조금 무서웠다고 했고, 그는 내가 아주 단정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를 알아갈수록 첫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그는 외모와 달리 친절하고 유쾌했으며, 나는 도전정신이 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성격도 외모도 서로 정반대지만, ‘사람’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생각과 가치관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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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상대를 알아가기 전에 이미 성격 유형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호감과 비호감을 판단하곤 한다.
나 또한 모르게 그런 판단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눈을 바라보기보다 겉모습을 보고, 말을 듣기보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듣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타국에서 나는 그동안 잊고 있던 방식을 다시 경험했다.
성격 유형으로 단정 짓지 않고, 상대의 눈빛과 몸짓, 말속에서 사람을 알아가며 관계를 형성하는 기쁨.
오래전 느꼈지만, 어딘가 접어두었던 즐거움을 다시 꺼내 보는 생경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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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르다는 사실은, 서로의 낯섦을 통해 배우고, 새로운 기쁨을 얻을 기회를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우리는 결국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