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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바람처럼 May 16. 2018

마흔의 임신_9

비도오고그래서

휴직 한지 2개월 11일째다.

휴직명이 ‘난임휴직’이라 왜 휴직을 했는지 목적성을 되새겨준다.


잊지 않고 있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할 때마다 떠오르기 때문이다.


밥벌이를 하지 않는 내가, 너무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이래도 되는건가 싶어서 흠칫 놀란다.  ‘잊지 마라. 너의 그 시간이 왜 주어졌는지’ 라고 또다른 나를 깨워낸다.


이렇게 그냥 남편과 둘이 가뿐하게 살아볼까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오늘처럼 인공수정 12일째되는 날처럼, 임신일까 아닐까 궁금해하며 임테기를 서칭하고 있다보면... 임신에 모든 것을 건 것만 같은 글들을 볼 때면 좀 서글퍼지기 때문이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모든 행동의 동기가 임신인 그녀들과 내 모습이 과히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가 주는 우주와 같은 행복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그게 그렇게 탐나서 이렇게 마음 졸이고 지내고 있지만, 일상의 모든 것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이루어진다면 좀 슬픈 듯 하다.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과 상관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 하나 정도 있는 것, 15년 고생했으니 1년 쉬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임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증상이다.

그다지 기쁘지가 않다. 무덤덤하다. 유산 후 임신이라 그런가. 유산했던 9주차가 지나면 기뻐지려나. 임테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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