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복이 세상 최고복이야

by 인복천재

친척집에서 고3까지 지냈는데, 대학은 할머니와 동생이 사는 곳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무조건 내려가리라' 하는 마음에 점수를 옴팡 깎아 지원했다. 대학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막상 대학을 다니다 보니, 슬슬 욕심이 생겼다. 휴학을 하고 재수학원에 두어 달 정도 다녔는데, 꽤나 큰 학원 로비 끝에서 상담차 앉아 계시던 선생님 한 분이 나를 부른다.


학생! 거기 학생!


두리번거리니 날 부른 거 맞단다. 그 선생님은 대뜸 나에게 사주를 봐주겠다고 생년월일을 말하라고 했다.


- 신종 도를 아십니까인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극구 봐주겠다며 진짜인지 아닌지 손가락 마디마디를 짚어댔다.

"초년운이 없네? 부모복도 없고? 형제복도 없어."


- 하.. 이제 뭐, 놀랍지도 않다.


내가 아무 말도 없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분이 말했다.


그런데 인복이 있어.
학생, 학생이 어려서 아직 모르는데 인복이 세상 최고복이야. 부모복, 초년운, 형제복 없어도 인복이 있으면 살아. 그러니 힘을 내서 살아.


그 사람이 말하길, 나의 인복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을 때 '아 목말라' 하고 뒤를 돌아보면 사람이 이미 물을 들고 서있을 정도의 인복이라고 했다. 그렇게 엄청나니 이겨내고 살라고 했다.

아마도 그때 내 표정이 정말 어두웠나 보다. 그래서 사주를 빌어 나에게 힘을 주고 싶으셨었나..




나는 사주팔자를 보러 다니거나, 점을 보러 다니진 않는다. 그런데 살다가 가끔씩 그분의 말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 일은 나에게 영향을 준건 확실했다.

그게 참이든 아니든 그 후로 내 옆에서 날 도와주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무 뜻 없이 지나가는 말에 내가 힘이 나면 그건 그 사람이 말했던 인복의 힘 같았다.

그리고 항상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했다.


지금도 내 주변엔 격려해 주고 더 좋은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그 사람이 말한 인복의 힘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의 변화인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드는 생각으로는 그냥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곧 인복인 거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 빌런도 꽤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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