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긴 천변을 따라 피어 있는 들꽃을 본다. 차를 타고 달리면 마치 길이 나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기분이 든다. 계절이 변하는 것을 출근길 꽃으로 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언젠가부터 하천정비를 꽤 오래 하더니, 요즘 넓어진 천변은 어릴 적 자연동화책에서 볼법한 풍경으로 변해있었다. 중백대로와 쇠백로가 잠을 자고, V자모양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봄이면 개나리가 계절을 알리고, 벚꽃 잎이 눈 내리듯 내린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프라이꽃이 잔뜩 피어있는 날이면 신호등에 걸린 그 찰나가 아쉽다.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올 수 있느냐며 꽃구경을 하니, 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한다.
속이 편한가 봐. 마음이 불편하면 꽃이 눈에 안 들어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내가 속이 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소리도 들리지 않고,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그땐 대체 뭘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회사에서 들어온 선물에 커다란 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버리기가 아까워 조물거리다 꽃다발 사진을 출력했다.
사무실 자리 파티션에 꽃다발 사진을 커다랗게 인쇄해서 붙이고선, 하얗고 예쁜 리본을 그 위에 달아 시들지 않는 꽃다발을 완성했다.
나는 나에게 꽃을 보여주련다. 눈길이 닿았을 때 잠시라도 안 좋은 기분을 끊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나만의 은밀한 소환 장치랄까.
사람들과 어우렁더우렁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는 의도치 않게 감당해야 할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애쓰고 있는 나에게 꽃다발을 줄란다. 그래서 나만은 내 편이 되련다. 난 예쁜 걸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