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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Nov 05. 2021

나 인턴, 김치전 먹고싶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잠에서 깨기 위한 새끼 인턴의 과몰입4

배가 고픕니다.

오늘은 김치전이 먹고싶습니다.








김치전이란 말은 입에 딱 달라붙지 않습니다. 경상도에서 난 지라 '김치찌짐'이 익숙하군요. 전은 그냥 '전', 어딘가 안정되고 보드라운 질감이라면 '찌짐'은 된소리가 들어가서 그런지 달군 팬에 챠악- 하고 지진 느낌이 납니다. 까슬까슬한 테두리의 느낌이랄까요. 폭신한 전보다는 까스락한 찌짐이 먹고싶으니 김치찌짐으로 계속 서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치찌짐을 하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세가지만 준비하면 됩니다.


1. 맛있는 김치
2. 밀가루+튀김가루
3. 평정심



 먼저 김치를 잘게 썰어줍니다.

김치가 너무 크면 별로입니다. 분명 김치찌짐을 먹으려고 찌짐을 찢어 딱 입에 넣었는데 김치만 커다랗게 있다면 기분이 좋을까요?전 안좋습니다. 그럴거면 김치를 먹었지 뭐하러 불 앞에서 땀흘려가며 굽겠습니까. '김치찌개 먹고싶다'에서 언급한 식가위로 김치를 잘게 잘라줍니다. 도마에 올려두고 칼로 썰어도 좋으나 김치냉장고 안쪽에 넣어둔 김치통에는 대체로 살얼음이 껴있고, 거기서 꺼낸 김치는 차갑습니다. 매운 양념과 차가움이 손에 닿으면 아픕니다. 우리의 손은 소중해요. 장갑을 끼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을 거면 가위를 쓰세요. 그렇게 잘게 썬, 혹은 자른 김치는 큰 양푼이에 담습니다.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꺼냅니다.

원래는 밀가루만 썼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인가, 그때 제과제빵을 준비하던 같은 반 아이가 튀김가루를 섞으면 매우 바삭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튀김가루를 넣어보니 정말 바삭하지 뭡니까. 역시 가루라고 다 같은 가루가 아니었습니다. 


하얀색의 밀가루와 약간 누런빛을 띠는 튀김가루를 양푼이에 넣습니다. 그리고 물을 붓고 섞습니다. 정확한 계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식 집밥의 세계에서 정확한 계량이 웬말입니까. 그냥 감으로 하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김치찌짐의 반죽은 뻑뻑하면 안됩니다. 그럼 구워도 까스락하고 야들하지 않고 딱딱하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묽어도(우리집 표현 : 후롭다) 안됩니다. 그럼 잘 안구워져요. 달라붙고, 타는 것 같고, 그럼 내 속도 탑니다. 상태를 봐가며 농도 조절하며 섞어줍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정심뿐입니다.

왜 평정심을 언급했냐고요?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걸 싫어하는 저의 성격 상 지금부터 간간이 속 뒤집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파는 김치찌짐은 손바닥 크기만합니다. 하지만 우리집은 후라이팬 크기로 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찢어져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국물이 뻑뻑하지 않고 적당히 '후로우니'까요. 그리고 김치를 많이 넣으니까요. 우리집에서 찌짐에 들어가는 밀가루와 튀김가루는 메인 재료들을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매개체에 불과합니다.  


모양이 이쁘게 잡힐 때도 있지만 가끔 찢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긋나는 걸 싫어하는 터라 그럴때마다 뒤집개를 쥐고 분통을 터트리는데, 그럴때면 엄마가 와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먼저 나서서 괜찮다고 해주는 몇 안되는 순간입니다. 원래 김치찌짐은 잘 찢어지니 이렇게 꾹꾹 눌러주면 더 바삭해진다고, 괜찮다고. 그럼 저는 되도않는 애교를 부리며 망가진 쪽을 집어먹습니다.


역시, 맛있습니다.








  김치찌짐은 제일 처음 배운 전입니다. 지금은 완벽히 마스터한 요리 중 하나기도 하죠. 늘 부엌에서 기웃거리면 간 보라며 한입이라도 얻어먹습니다. 그 날도 기웃거리다 엄마가 너도 해보라며 뒤집개를 주고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야물딱지게 하는 엄마와 달리 천천히, 차분히 하는 걸 좋아하는 저는 부엌에서 많이 부딪힙니다. 그것때문에 예민해지고 골이 나있어도 김치찌짐의 까스락한, 바삭한 테두리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엄마가 많이 봐줬죠.


우리집 김치찌짐에는 김치나 가끔 양파 외에는 별 다른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서울 와서 김치찌짐에 잘게 썬 햄이나 소시지, 돼지고기가 들어간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요. 그 뒤로 반찬가게에 김치전도 먹어보고 술집 안주로도 먹어보고, 엄마 몰래 김치찌짐 반죽 할 때 참치캔 한통도 넣어보고 했지만 제일 맛있는 건 우리집 basic 인 것 같습니다. 


김치찌개와 마찬가지로 구워놓자마자 금방 사라지는 것이 김치찌짐입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고, 동생도 좋아하고, 엄마아빠도 있으면 한입씩 집어먹으니 금방 사라지죠. 분명 작은 탑을 쌓아놓고 비닐봉지에 넣어 김치냉장고 안쪽에 많이 넣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열어보면 없습니다. 별 다른 반찬이 없다 싶을 때 한 넙데기 꺼내서 돌려먹으면 그것만큼 별미가 없는데 말이죠. 그럼 안방에 있는 엄마를 향해 소리칩니다. 


“엄마, 오늘 김치찌짐 해먹을까?”


 배고파요.  김치찌짐이 먹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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