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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Oct 26. 2024

오독이#2 오후 세 시가 기다려지는 이유

달달한 오후의 여유


오후 세 시엔 커피와 케익 !


쾰른에 있는 독일인 가족들과 함께 지낼 때였다.

일하러 가셨던 주인아주머니(Gastmutter)가 오후 세 시쯤 집에 오셨다.

응? 의사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오후 세시에 집에 오시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러고는 애들이랑 커피타임을 하자고 하셨다.

두번째 물음표? 애들이 무슨 커피를 마시지?


아주머니는 빵집 갈 건데 무슨 케익 좋아하냐고 물어보셨다. 물음표는 물음표고 일단 냅다 체리 케익!이라고 말하고는 근처 할아버지 댁에서 티비를 보는 7살 5살짜리 애들을 데려 끌고 왔다.


꼬맹이들은 코코아를 마시고, 아주머니는 독일식 커피 Michkaffee (블랙커피에 우유를 그냥 부어버림), 난 블랙커피, 체리케익, 소보로 빵, 사과케익(1인 1케익 매우 중요)

이것저것 먹으면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도 하고 저녁까지 할 일 등을 이야기했다.


오후 세 시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커피타임이라니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독일에서는 오후 3시~4시 사이에 항상 커피와 케익 또는 달달한 빵을 먹는 간식타임을 가지는 문화가 있다.

중, 고등학생들은 오후 1시~3시 사이에 하교를 하고, 부모님들은 오전 6~7시에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오후 3~4시 사이에 퇴근을 한다. (유연근무제 가능한 회사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집 근처에 직장을 구하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가족구성원 모두가 집에 모이는 게 가능하다.

대도시에 살거나 오후 5~6시까지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평일에는 오후 3시 커피타임을 지키기 어렵지만, 일요일 오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온가족이 모여 집에서 커피타임을 가지거나 동네카페로 간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는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정이 많은 동네라 이 귀여운 커피타임 전통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내가 지냈던 집도 매일 커피타임이 가능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2-3번은 꼭 커피타임이 있었다.


한국에서 독일인들과 같이 근무할 때도 가끔 커피와 케익을 먹으러 가곤 했다. 그때마다 쾰른에서의 커피타임이 생각난다.


오후 세 시의 커피타임은,

업무 중의 짧은 커피타임은 업무의 능률을 올려주고,
가족끼리 다 함께 둘러앉아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바쁜 하루 중 잠시 앉아 남은 하루를 준비하는 여유를 준다.   




내 인생의 대부분은 긴장되고 불안한 기분의 연속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내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정말로 쉰다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아왔다.

독일사람들처럼 맛있는 커피와 달달한 케익을 매번 즐기지는 않더라도, 쉴 때는 가능하면 휴대폰은 내려놓고 주변을 바라보며 그냥 그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체리케익에 커피 한 모금이 매우 그리운 하루다.


-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Um 15 Uhr gibt's immer Kaffee und Kuchen
[움 퓐프첸 우어 깁'츠' 임머 카페 운'트 쿡'흔'] '**' 작게 발음
: 오후 세 시엔 커피와 케익

Um 15 Uhr : 오후 세시에는
gibt's (=es gibt) : 있다
immer : 항상
der Kaffee : 커피
und : 그리고, 와/ 과
der Kuchen : 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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