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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Kim Oct 29. 2020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린 가만히 있어도 마이너야"라고 영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이야기했다. 뭐 아무래도 타지에 온 사람들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마이너가 되기도 한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유 없는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다행히 난 극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적은 없다. 하지만 길을 걷다가 동양인이란 이유로 지나가며 욕을 속삭이듯 하고 지나가는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다. 처음 격어본 인종차별이기도 하고 그런 짓을 한 사람이 매우 깔끔하게 차려입은 멀쩡해 보이는 영국인여서인지 내 안에 큰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저렇게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단지 인종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저런 저급한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혹시 속으론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문득 괜한 다른 영국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거리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처음 이런 일을 격기전엔 모르는 사람과도 공원길이나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웃으며 눈인사를 주고받고 했었는데 그 일이 있고 한동안은 길가에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아이콘택을 모두 피해 버렸었다. 그만큼 인종차별은 꼭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인종차별은 어떤 누구도 그리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경험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최고의 축구스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손흥민 선수마저 인종차별 논란을 겪었다. 같은 팀 요리스 선수와의 말다툼이 나오는 영상 속 손흥민 선수의 영어엔 자막을 넣지 않고 샤우팅 ( Shouting )으로  아마존 프라임팀이 처리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 옆에 있던 선수의 불어까지도 영어로 해석해 자막을 넣은 상황에서 손선수의 코멘트는 단순히 샤우팅으로 처리해 버린 것은 엄연히 인종차별적인 대우라고 볼 수 있어 논란이 되었다. 이렇게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 지도 못한 인종차별과 불이익들을 두고 싸워야 할 상황들이 생기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마저도 말이다.


출처 : 아마존 프라임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유 없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자신보다 낮게 보는 것 얼마나 오만한 나르시시즘인가. 게다가 내가 격은 그 차별적인 말도 내 앞에서도 아닌 내 옆에서 슬쩍 중얼거리고 갈 정도로 그들은 치졸 하고 교활했다. 영국에선 인종차별을 대 놓고 했다 걸리면 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은근슬쩍 애매하게 사람을 차별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도 인종차별주의 자들이 얼마나 작은 그릇의 사람들인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문득 난 깨달았다. 내가 당한 인종차별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인종의 문제가 아니고 사람의 평등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우월성을 어떠한 교묘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억지 부리려 하는 그들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다행히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론 난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등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난 예전과 같이 길가의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며 눈인사를 건넬 수도 있고 애꿎은 사람들을 가지고 혹시나 하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내가 움츠려 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인종차별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당신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못난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피부색과 인종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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