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눈빛이 날 다시 웃게 만들고 메마른 내 입술이

14. 그댈 위한 사랑_이정(2006)

by 얌전한개

동아리 연습이 끝난 후 8시 이후에는 학교 앞에 늘 있던 과동기들과 자주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이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중에 자취를 하지 않는데도 늘 함께 있던 친구가 바로 앞에서 말한 '노란 머리' 그녀다. 남자 넷에 여자 둘. 이렇게 놀았다.


그녀는 여전히 과에서 이슈였다. 고백을 한 남자가 어찌나 많던지. 그중에서 사귄 사람도 몇 명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나와 많이 친해진 시기에는 연애를 잠시 쉬고 있었던 상황. 말 그대로 골키퍼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바로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반반이었다. 이 친구가 날 많이 웃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나 또한 이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어느 날, 친구의 자취방에서 다섯이서 다 같이 잠을 자고 다음날 수업을 바로 가려고 한 날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수업을 들어가고 나와 그녀만 남아있었다. 왼쪽을 바라보니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갑자기 단둘이 남아 있게 되다 보니 긴장된다. 그녀의 귀여운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를 등지고 조금 더 잠을 청하려 하는 순간, 그녀가 나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고, 서로 등이 닿인다.


"잘 잤어?"

"응, 넌 잘 잤어?"

"응"


(정적)


"너무 춥다."

"아 그래? 나도 그런 듯..."


(정적)


"애들 다 갔구나?"

"그런가 봐."


(정적)


"아... 이불 쫌 덮어"

"아니야 등 대니까 쫌 낫네."


(정적)


"일어나야겠는데 우리도?"


(정적)


"조금만 이렇게 더 있자."

"응...? 응...? 그러자."


조금만 이렇게 더 있자고 그녀가 말했다. 내 심장이 요동을 치고, 심장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5분쯤 지났을까. 내가 먼저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나... 지금... 쫌 떨려."

"응... 나도 그래..."


"응...? 아... 음..."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정적)


"나도 그런 거 같긴 한데... 나 아직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고... 아직은..."

"응 나도 알아. 천천히 가자."


(정적)


"응. 이제 학교 가자."


누워 있는 그녀를 일으키며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1초만 잡아도 될 것을 누가 봐도 의심스럽게 5초 이상 잡고 있었다. 그게 일단 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1년 전 처음 만난 날부터 내 눈에 들어왔던 그녀. 매력적이고 이뻐서 늘 궁금했던 그녀. 애교 섞인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녀. 귀여운 외모지만 꽤나 터프한 그녀. 그래서 남자들과도 잘 어울렸던 그녀. 주변의 많은 남자들 때문에 내 자리는 절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돌고 돌아 1년 후 그녀가 나에게 왔다.


자취방 설렘 일주일 후 우리는 정식 커플이 되었다.



그대의 눈빛이 날 다시 웃게 만들고
메마른 내 입술이 그댈 보며 미소를 짓고
항상 그대 안에 머물고픈 나의 바램이
이젠 눈물을 닦네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고



이전 사랑의 아픔을 금방 치유해 준 그녀. 그리고 그 이상의 새살이 돋아나게 해주었던 그녀.


그댈 위한 사랑_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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